여러가지 짧은 감상 by 꿀꽈배기

1. 어느새 올 하반기 올라온 대극장용 창작 뮤지컬 세 편을 모두 봤는데 개인적인 평가를 매겨보자면 남한산성>>영웅>>>>아킬라. 영웅, 음...... 워낙 기대치가 없어서였는지 생각보단 괜찮게 뽑힌 것 같은데, 역시 그 피할 길도 없이 직설적으로 다가오는 촌스러움이 문제. 애국심 호소에 어머님 눈물까지 더하니 객석은 그야말로 폭풍 눈물 바다. 하지만 난 하품하다 나온 눈물이 다였음. 전체적으로 2막보단 1막의 짜임새가 좋은데 극을 통틀어 가장 좋은 넘버인 '누가 죄인인가'는 2막의 2/3 지점쯤에 자리하고 있는 것도 문제-_-;; 달랑 두 곡 부르는 단역인 링링에, 어떻게 봐도 16세 소녀라기엔 무리인 쏘냐를 굳이 캐스팅한 건 오늘의 첫번째 미스테리. (쏘냐링링의 입에서 '열여섯 소녀'라는 가사가 나온 순간 웅성이던 객석의 술렁임은 마치 라스트5이어스 양준모 제이미의 입에서 '스물셋'이란 대사가 나왔을 때와 흡사) 그래도 조휘씨를 위해선 기꺼이 만세삼창. 웃기기 위해 만든 장면에서 나를 웃긴 유일한 배우.

2. '부디 내게 닿지 않기를' 드디어, 이제서야 독파. 과연 명불허전. 나의 BL 베스트 목록에까지 들어올만한 건 아니지만 보기드문 수작임엔 확실. 게다가 이게 데뷔작이란 점까지 감안하면...... 이런 존잘의 동인지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리본 팬들이 부러워질 정도.함께 구입한 Shoowa의 논티룸과 향일성의 문도 좋았음. 그러나 정작 날 BL고자에서 해방시켜준 건 다름아닌 SMDM의 그 차마 타자치기도 부끄러운 제목의 만화라는 게 오늘의 두번째 미스테리. 아니... 이게..... 딱 그 전치 12주 사건만 잡지로 봤을 땐 헐? 너님이 무슨 난조코지임?? 싶었는데 바로 앞의 3회분 연재 분량에서 묘사된 지구최강얀데레를 보고 나니 처음의 황당함이 꽤나 그럴싸한 전율로 탈바꿈하더란 말씀. 아무튼 난 얀데레에 약해. 너무 약해. 그거슨 진실.

3. 그리고 정말로 얘기하고 싶은 문제작ㅡ 르네상스 요시다의 '아카네신지에서 꽃이 지다'. 현대지능개발사에서 이 책을 정발한 게 오늘의 세번째 미스테리이자 올해의 미스테리. 이걸? 대체 왜? 누구 보라고? 누구한테 팔려고? 루비 레이블 붙인 책 두께가 전공서적만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음. 현대지능개발사 책 보면서 정말로 내 지능이 개발되는 느낌을 받게 될 줄이야. 내가 그래도, 난바라 켄에서부터 니시다 히가시까지 만화, 소설, CD가리지 않고 웬만한 BL들은 다 봤고 다양한 장르의 팬픽들 통해서도 웬만한 묘사와 수위들은 스무스하게 받아넘길 수 있는 경험치를 쌓았다고 생각했건만 이런 내게도 이 작품은 충격과 공포 그 자체. 진지하게 에로틱한 여자가 똘끼마저 넘치면 이렇게 된다- 의 표본을 보여주는 듯. (근데 여자는 맞겠지, 설마?) 사장님, 이 책 번역가에게 연말 보너스 좀 두둑히 챙겨주세요. 나 같으면 이거 번역하다 머리가 돌아버렸을 것 같아. 요즘 장어구이 먹고 싶어 죽을 뻔 했는데 식욕이 싹 가시게 해줘서 고맙다 이 여자야.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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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유리구슬 2009/10/31 01:47 # 답글

    꽈백님 너무하세요... 여기 후기 보고 '음, 영웅은 상콤히 패스해야겠다~'라고 했는데 모처에 올리신 후기를 보고서는 너무 궁금해졌자나요... 반칙입니다! <-

    아... 2번은 전 잘 모르는 분야입니다만, 얀데레, 츤데레에 안 약한 사람이 있던가요?... (먼산)
  • 꿀꽈배기 2009/10/31 01:54 #

    저와 함께 본 친구의 말을 인용하자면, '이 작품에 왜 굳이 류정한과 김선영을 캐스팅한건지 이해가 안 갔는데 오늘 류중근과 선영 설희를 보고나니..... 알겠다' 랄까요. ㅋㅋㅋ 하지만 남한산성>>영웅>>>>아킬라 평가는 아직 유효합니다. 흠흠.

    츠, 츤데레는 비교적 대중적인 취향이지만 얀데레는 어엄......... 지난 쓰릴미에서 정네이슨에 대한 호오가 갈렸던 이유 중의 하나가 역대 최고의 얀데레였기 때문 아니던가요? (갸우뚱)
  • 유리구슬 2009/11/01 17:59 #

    얀데레는 어느새 촉촉히 스며드는 가랑비처럼 찾아오는... 버엉...
    정네이슨의 몰라 쟤 무서워 미소가 그리워지는 요즘입니다.
    그 집착이 매력이죠! .... 멀리서 지켜만 본다면 (쿨럭)
  • 꿀꽈배기 2009/11/01 20:54 #

    원래 불 구경, 싸움 구경보다 재미있는 게 치정싸움 구경이죠 ←
  • 2009/11/06 00:09 # 삭제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꿀꽈배기 2009/11/09 00:33 #

    함께 추천해주셨던 '동급생'도 조만간 사보려고 장바구니에 담아두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칭찬하는 데엔 다 이유가 있나봐요. 원래 2차 창작이란 게, 아무리 잘 쓴 2차 창작이라 해도 원작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겐 못 쓴 오리지널 만큼의 파괴력도 없는 거라서.... 위에서 말한 것처럼 리본 팬들이 부러울 따름입니다. ;_;

    아카네신지는 정말;; 실제로 보면 더 놀라실 거예요. 대사 길이도 길이지만, 과학 공부 시간-_-;; 도 있고요. 내용 자체가 정말 4차원입니다. 작가보다도 오히려, 이걸 정발할 생각을 한 현대지능개발사가 감탄스러울 지경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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