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8 쓰릴 미 (정상윤/김산호) - Panic me by 꿀꽈배기

(후기를 쓰는 속도가 공연을 보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다 보니 늘 한 텀씩 늦는군요. orz 공연을 보고 온 직후부터 쓰기 시작한 포스팅인데 5월 2일자 공연을 보고 온 오늘에서야 마무리해서 올려봅니다.)



- 이 페어의 첫공을 보면서 몰입할 수 없었던 가장 큰 요인은, 지난번 포스트에서 말했듯 극 구성의 중심축이 되는 안경에 대한 해석이 설득력있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런데 공연이 끝나고 난 후 곰곰이 되짚어보니, 어쩌면 제가 지금까지 쭉 봐왔던 상윤/우형 페어에서의 상윤 네이슨에 길들여져 크로스 페어의 공연에서도 그 모습만을 찾고 있었던 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더군요. 본 페어에서 보여주었던 상윤 네이슨의 연기와 해석을 기준으로 삼고 거기에서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이해할 수 없다고 받아들인건 아닌가 싶었어요. 그래서 두번째 관극에선 최대한 머리를 비우고, 09년도 쓰릴미를 처음 본다는 느낌으로 무대를 지켜봤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어요. 이 페어에서 중요한 것은 상황을 논리적으로 전개해서 설명하는 구성력이 아니라, 캐릭터들이 처한 상황 자체를 감정적으로 전달하는 호소력이라는 것을 말이죠.

- 이 날 공연에서 상윤 네이슨이 안경을 고의로 떨어트렸는지, 실수로 떨어트렸는지는 별로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의식적으로 머리 속에서 배제한 것이 아니라, 극을 보다보니 자연스럽게 그 부분을 잊어버리게 되었어요. (공연 도중 발생한 예기치 않은 사고로 인해, 안경에 대한 복선을 찾아낼 수 있는 넘버-쓰릴미, 웨이투파, 랜섬노트-들을 제대로 집중해서 보지 못한 탓도 있긴 하죠) 이유야 어찌되었든 이 페어의 네이슨과 리차드에게 중요한 것은 안경이 발견되었고, 코너에 몰리게 되었으며, 그로 인해  도무지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는 상황에 처했다는 점입니다. 네, 이것이 가장 중요해요. 경찰에 단서를 잡힌 상윤 네이슨과 산호 리차드는, 정말이지 어찌할 바를 모릅니다. Panicㅡ 이것만큼 이 열아홉 소년들이 처한 상황과 상태를 표현해주는 단어가 없어요. 둘은 처음부터 너무나 사랑하는 관계였고, 다른 페어들과 달리 서로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한 이들의 애정은 실로 지속 가능한 감정이어서, 심지어 리차드가 네이슨을 배신하고 매몰차게 밀어내며 모욕할 때조차 '끊김'이 없습니다. 다만, 그 사랑을 제대로 표현하기에 이 네이슨과 리차드는 너무나 어리고 여렸습니다. 상황은 관계를 압도했고, 공포는 신뢰를 흔들었죠.

- 리차드를 달래고 회유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에게 안심받고 싶고 확인받고 싶어서 "걱정할 거 없어, 집에 가자... 응? 집에 가자아.. 집에 가자...." 라고 울며 간곡히 매달리던 상윤 네이슨과, 그런 네이슨을 '가까스로' 떼어내며 울먹이던 산호 리차드. 이 전례없는 해석으로 인해 09'쓰릴미의 공원씬은 온전히 이 페어의 것이 되었습니다.

- 이 날 공연에서 특히 재미있었던 건, 이 페어가 '연기한' 패닉 상황과 공연 도중 사고로 인해 '발생한' 패닉 상황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는 겁니다. 그것도 둘의 갈등이 촉발되는 시발점인 Thrill me 넘버에서 발생한 사고라, 그 지점부터 엔딩까지 가속도를 붙여가며 심화되는 패닉 상태가 이건 뭐, 연기인지 실제 상황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실감나게 전개되더군요. 때문에 관객 입장에선 참으로 보기 드문 소품 사고와 배우의 실수를, 극 전체의 1/3이상 되는 시간 동안 지켜봐야 했음에도 그리 크게 거슬리거나 기분이 나쁘다거나 하진 않았어요. 두 배우에게는 불행 중 다행인 일입니다.

- 쓰릴미 한국 공연 역사상(아마도) 가장 순수한 마음으로 네이슨을 아끼고 사랑하는 김산호만의 리차드 캐릭터는 메인 페어인 필석/산호 페어 보다 이 페어에서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겠네요. 이게 김산호씨가 배우로서 가진 특징인지는 아직 말하기가 조심스러운데, 이번 09'쓰릴미에서 유독, 김산호씨의 경우 실제 성격/이미지와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캐릭터의 성격/이미지가 굉장히 일관된 느낌으로 이어지고 있어요. 연기가 연기로 안 보인달까. 이건 배우로서 길게 보면, 보완해야할 약점이 될 수도 있겠다 싶지만... 아무튼, 바로 그런 점 때문에 '의지가 되는 형'의 느낌으로 사랑하는 필석 네이슨 보다는 '단짝 친구'의 느낌으로 사랑하는 상윤 네이슨과 함께 연기할 때 '서로가 서로에게 없으면 안 될'('서로가 서로를 만나지 말았어야 할'이 아니라) 운명 공동체라는 관계성이 뚜렷해지죠.

- 이 날, 산호 리차드의 연기 중 좋았던 부분. 내안경/기다려 넘버 중 "한페이지나 기사가 실렸어! (쨍) 사진도 여러장 실렸어! (쨍) 안경 좀 봐, 내 거랑 똑같아!" 부분에서 피아노 연주가 쨍! 하고 파열음처럼 박력있게 내리쳐질 때 그 타이밍에 딱 딱 맞춰 의자에서 일어나고, 뒤를 돌아보는 연기를 하더군요. 요건 하늘 리차드가 17일 공연에서 선보였던 연기 중 무척 인상 깊었던 부분이기도 한데, 산호 리차드도 비슷한 식의 연기를 해서 재미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식으로, 음악 리듬에 맞춘 몸연기 아주 좋아해요.

- 산호 리차드는 지난번 공연에서 일취월장한 모습을 보이길래 마음껏 칭찬했는데 말이죠. '아무 기대 없이'보는 상태가 아닌 '이제 이 정도는 당연히 해주겠지'라는 믿음과 함께 보니 다시 단점이 눈에 띄기 시작했습니다; 뭐 딕션이나 어색한 모션같은 건 어제 불의의 사고(정말 불의의 사고-_-;;)로 인해 당황해서 더욱 두드러진 면이 있을테니 넘어간다 쳐도 이거 하나는 지적하고 싶네요. Superior 마지막의 "밤~~~~~" 이 부분 말입니다. 지금까지 산호 리차드를 총 네번 봤는데 단 한번도 제 음정으로 부른 적이 없어요. 항상 반음 내지는 한음 내려서 부르더군요. 오히려 호흡은 괜찮아요. 실제 초수를 재봐도 호흡은 작년 동호 리차드 정도는 찍어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음정이...... 악보대로 부르는 건 산호 리차드의 음역대에 정녕 무리인가요.

- 극을 이루는 두 배우 중 한명의 가창력이 이렇다 보니 이 페어에서 '노래'만큼은 정말 기대치를 바닥으로 낮추어 듣고 있어요-_-;; 근데 아무리 낮춰도 Nothing like a fire 만큼은 얼마나 더 낮춰야 저 노래를 무덤덤한 마음으로 들을 수 있을지 의문일 지경. 이상하게, 계약서같은 넘버는 괜찮고 라이프+99의 경우 좋다~ 싶을 정도로 화음이 잘 어우러지는 편인데 유독! 낫띵이! 이 페어의 화음과는 정말 안 어울립니다. 아니, 솔직히 화음이라고 말하기에도 모자란, 전혀 동 떨어진 음역 둘의 섞어찌개예요. 지난번 하늘 리차드와의 공연 때 바로 이 넘버에서 사상 최악의 화음을 들었노라고 투덜거렸는데 정정해야겠습니다. 이 페어도 만만치 않아요. 이쯤되니 정상윤씨의 경우, 가창력이 일정 수준의 레벨에 도달하지 않는 배우와 화음을 맞추는 것엔 미숙한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하긴, 바로 전 공연이 김선영-차지연-임문희였으니... 너무 고급 레벨로 노셨어 orz) 상윤/하늘 페어에선 상윤 네이슨 목소리만 들렸고, 산호 리차드와 공연할 땐 김산호씨 음역대에 맞춰주려다가 본인 음 삑사리 내는 모습도 종종 보이고 말이죠. 물론, 페어별 절대적인 연습량의 차이도 있긴 하겠지만. 음...

- 쓰릴미라는 극이 무서운 게, 공연이 진행될수록 각 배우들의 장단점이 무서울 정도로 뚜렷하게 보입니다. 어떤 배우가 되었든 '배우로서의 나'가 많이 노출되는, 그래서 더 '힘이 들'(어려운 게 아니라 힘이 드는) 작품이란 생각이 드네요. 정상윤씨의 경우 장점은 안정성, 단점은 유연함. 보통의 일반적인 공연 같으면 어떤 상황이 닥쳐도 안정적으로 극을 이끌어나가는(리차드 사고 3종 세트;가 벌어진 세 번의 공연에서도 대사 하나 씹거나 버벅거리지 않고 공연을 진행한 건 정말 여러가지 의미에서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안정성이 배우가 가진 장점으로 더욱 어필 되었겠지만, 다름아닌 '쓰릴 미'이다 보니 유연함이랄까 모험심이랄까... 가 다소 부족해서 매 공연 한치의 다름도 없는 타이밍, 대사, 동선을 유지하는 정상윤 배우의 연기 스타일이, 반복관람의 별을 등짝에 새기고 태어난(...) 이 작품의 팬들에겐 단점으로 부각되는 듯도 하죠.

음, 이런 생각은 4월 들어서면서부터 계속 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상윤 네이슨을 좋아하긴 하지만 사실 좀 질리는 면이 있었어요. 물론 공연마다 약간씩 달라지는 디테일과 감정의 변화가 없는 건 아닌데 '이제 이 부분에선 이 대사를 이런 톤으로, 이런 표정으로, 이런 모션과 함께 연기하겠지'라고 생각했을 때 그 추측이 어긋나는 경우가 무척 드물거든요. 그러니 재관람 관객에게는 당연히, 극의 긴장감이 떨어질 수밖에요. (게다가 파트너인 우형 리차드 역시-상윤 네이슨보다는 쪼끔 덜하지만- 기본적으로 대본에 없는 대사는 하지 않는 스타일이고) 90분 내내, 아주 미묘하게만 달라지는 배우의 변화에 집중할 수 있는 예민한 관객이 얼마나 되겠어요. 그러나 한편으로, 이것을 이 배우의 약점 혹은 단점이라 평하는 의견에 동조하기란 무척이나 조심스러웠습니다. 왜냐하면 다름아닌 '쓰릴 미'이니까요. 다른 관객들은 이렇게 반복관극 안 해! (....) 보통 시즌에 딱 한번, 많아야 각기 다른 캐스팅으로 두번 정도 보는 일반적인 관객들에게 있어서 이것은 오히려, 약점이 아닌 강점입니다. 그만큼 언제 어느 때 보아도 균질한 감정선과 퀄리티의 연기를 선보인다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저 역시 상윤/우형 페어를 즐겨보며 '약간 지겹다'고 느낄 때가 없진 않았지만, 그 권태로움을 배우 탓으로 돌리고 싶진 않았어요. 제가 지나치게 많이 본 것이 1차적인 원인이겠거니 했죠. 또 1~2주 정도의 긴 텀으로 공연을 리뷰해보면 분명 변화를 주고 있는 점들 또한 눈에 띄고 말이죠.

그런데 이 날 공연에서 보여진 정상윤 배우의 경직된 대처는, 공연이 끝난 후에도 계속해서 제 머리 속에 남았습니다. 물론 그런 돌발적인 사고에 현명하게 대처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란 걸 이해합니다. 그러나 극을 이끌어가고 주도해야 하는 주인공 '네이슨'으로서 그 상황에서 할 수 있었던 최선은, 상대역인 리차드가 잠시 퇴장해 있는 동안 '나의 방'으로 돌아오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어떻게든 심의관 씬을 지속시키며 상대 배우가 다시 자리를 잡고 다음 씬을 준비할 수 있을 때까지 버텼어야 했고, 그게 어렵다면 나의 방에 혼자 앉아있다가 리차드가 재등장 했을 때 관객들이 보고 있던 '정상윤과 김산호'의 모습을 지워버릴 수 있도록 그 상황에서 무슨 행동이나 대사라도 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 때 무대 위에 있던 건 네이슨이 아닌, 당황한 배우 정상윤 뿐이었죠.

상윤 네이슨과 하늘 리차드와의 공연 때 긴가민가 갖고 있던 어떤 생각이, 산호 리차드와의 공연이 진행됨에 따라 명확해지는 걸 느낍니다. 그건 이 배우가 아직 상대역의 배우를 능숙하게 '리드'하지는 못한다는 거예요. 레벨이 비슷하거나 연륜 있고 경험 많은 배우가 상대역일 경우(씨왓에서의 김선영, 차지연, 양준모, 강필석씨라든지/현재 공연에서의 김우형씨가 이에 해당하겠죠) 상대방을 배려하며 굉장히 긴밀하게 호흡을 주고 받습니다. 하지만 자신보다 실력이(연기든 노래든) 약간 떨어지거나 경험이 부족한 배우가 상대역으로 지정될 경우 극의 밸런스가 높은 확률로 무너져내려요. 한 회의 공연을 진행하는 걸 계단을 올라가는 것에 비유한다고 치면, 상윤 네이슨의 경우 상대역의 손을 잡고 이끌어가면서 함께 한계단, 한계단 층계를 오르는 것이 아니라 알아서 올라오겠거니- 하고 평소 자신의 페이스대로 계단을 올라가요. 그래서 상대방이 보조를 맞춰 쫓아오면 다행인데, 그게 안돼서 혼자 두세계단 먼저 앞서가버린 경우 관객에게도 보일 정도로 한숨을 푹 쉬고(...) 다시 두세계단 아래로 내려가 상대역이 계단을 오를 때까지 거기 머물러 기다립니다. 공교롭게도 이것이, 크로스 페어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정상윤 배우의 모습이었어요. 이건 앞으로도 극의 중심을 잡고 장악해야 하는 '주연'으로서 풀어나가야 할 정상윤 배우의 숙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반대로 위에서 언급했던 정상윤 배우의, 신기할 정도로 안정적인 연기는 앞으로 펼칠 대극장 공연에선 오히려 큰 장점으로 빛을 발할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해요. (팬텀을 6개월간 전관 뛰는 사람은 없겠지, 설마-_-;;) 여기에 상황에 따른 유연함과 주연으로서의 무대 장악력을 더 보완할 수 있도록, 네이슨을 거쳐 간 모든 배우들에게 그러했듯 쓰릴 미에서의 경험이 이 배우에게도 많은 도움이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래서 언젠가 꼭 나의 로망, 정지킬앤하이드를....!

- 이 페어의 성격에 대해서는 조금 더 제대로 된 퀄리티의 공연이었던 5/2일자 낮공연 후기에서 계속 이어 쓰도록 하겠습니다. 28일 공연에서 실수가 있었어서 그렇지, 감정선과 해석 자체는 5/2일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으니까요.

부록 : 이 날 공연의 사고 일지


1. Thrill me 넘버 중 상윤 네이슨이 "날 갖고 놀지마" 하며 산호 리차드의 무릎을 꿇어 앉히는데 동시에 오른쪽 허벅지 안쪽 선이 쭉 튿어짐. 펄럭이는 천 사이로 보이는 희고 아름다운(...)속살을 바라보며 설마, 설마 지금 저거 찢어진 거?? 하며 반신반의 했는데(이때까진 관객들의 동요도 없었음) 그 다음 씬에서 일어나는 거 보니 실제 사태;; 산호 리차드도 사태를 깨닫고 "난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아" 하는데 목소리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음;;

2. 리차드의 동작이 격해짐에 따라 보다 많은 관객들(특히 중앙에서 우측)이 사태를 깨닫고 웅성거리기 시작함. 두 배우 본격적으로 당황하기 시작.

3. 바지 때문에 당황한 산호 리차드가 가방 지퍼를 다 안 닫았음. 상윤 네이슨도 당황해서 그걸 까먹었는지(아니면 알았으되 지정된 동작이기에 그냥 한 건지) 가방을 평소처럼 집어던짐. 안에 들어있던 장물들이 열린 지퍼 사이로 다 튀어나와서 바닥에 데굴데굴. 웃음 참고 있었던 관객들 2차 웃음 터짐.

4. 관객들의 동요가 계속되자 상윤 네이슨, 어떻게든 관객들의 시선을 리차드에게서 돌리기 위해 "그딴 식으로 말하지마, 지겨워 짜증나 진짜 미치겠어!"라는 대사를 하며 바닥에 굴러다니던 장물 하나를 집어 던져서 우당탕 소리냄. 관객들의 주의를 끄는데 성공. "빨리 끝내라!"라는 리차드의 말에 계약서를 접어 넣을 때의 표정과 몸연기도 평소보다 격하게 표현해서(계약서를 아래로 내려 접을 때부터 손을 부들부들 떨며 표정에서도 분노와 슬픔과 짜증이 섞인) 관객들의 시선을 자신에게로 고정시킨 채 어쨌든 노래는 마무리.

5. 드디어 암전이 됐는데, 산호 리차드... 뭐하는 겁니까 얼른 안 나가고!! 쭈그리고 앉아서 주섬주섬 장물을 주워 가방에 넣고 있는 김산호씨 ㅠㅜㅠㅜㅠㅜㅠㅜ 아니, 그건 이따 더 플랜 전에 챙겨도 되잖아 ㅠㅜㅠㅜㅠㅜㅠㅜ 일단 나가서 옷부터 갈아입어 ㅠㅜㅠㅜㅠㅜㅠㅜㅠㅜ

6. 산호 리차드는 결국 장물을 꼼꼼히도 다 챙겨서 퇴장. 그 사이 상윤 네이슨은 심의씬 진행. 처음엔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볼 생각으로 평소보다 약간 느리게 심의관의 대사와 자신의 대사 간격을 유지하며 대사침. 그러나 도저히 무리라고 생각했는지, 포기하고 평소와 똑같은 타이밍으로 진행. 마지막 대사가 끝나고 '나의 방'으로 돌아간 네이슨. 그러나 '그'는 없고... 침대에 혼자 모로 누움. 그 상태로 15초쯤 정적(...) 이때까지도 관객들은 간신히 웃음을 참고 있었음.

7. 리차드 없이 적막만이 흐르는 무대 뒤쪽에서 들려오는 우당탕 소리와 스태프의 목소리. "죄송합니다아~" (...) 곧이어 무대 위에 조명이 들어옴. 조명을 받으며 혼자 누워있다가 어정쩡하게 몸을 일으켜 앉는 상윤 네이슨.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괜히 바닥에 떨어져있는 장물 하나 주워들고 만지작. 여전히 무대 뒤에서 들려오는 정체불명의 목소리 "바지, 여기...!" 관객들 3차 웃음 터짐. 조명, 급하게 다시 암전됨. 네이슨, 에라 모르겠다 누워버림. O->-<

8. 결국 1분 후, 암전 속에서 우당탕 거리며 리차드 재등장. 진심이 담겨있는 것 같은 네이슨의 한숨 소리와 함께 리차드, 자리를 잡고 침대에 앉음+네이슨은 무릎 베고 누움. 그러나 리차드, 당황해서 라이터 켜는 걸 잊어버림. 조명팀에 이어 음향팀도 정줄을 놨는지 라이터 안 켜고 있는 리차드와는 상관 없이 평소대로 마이크 에코를 증폭 시킴. 결국 리차드의 "날 흥분시키는 게..." 대사가 맑고 고운 영창피아노마냥 5.1채널 에코 사운드로 울려퍼짐. 상윤 네이슨도 "뭐...ㅍ" 라고 대사 치다 뿜었음. 관객들은 '님드라 제발 살려주세요'모드로 4차 웃음 터짐.

9. 더 플랜 직전, 재킷 칼라가 뒤집어진 채로 옷을 입은 산호 리차드. 24일에도 같은 상황이었어서 설마 이거 이 페어에서의 컨셉인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음. (하지만 26일 공연에선 안 그랬다고... 하긴 일부러 칼라 뒤집힌 채로 입는 게 더 어렵겠다-_;;) 결국 네이슨이 "말도 안 되는 소리, 다른 얘기나 하자" 대목에서 대신 칼라를 정돈해 줌.

10. 바지 때문에 아직 돌아오지 않은 리차드의 정줄로 인해 더 플랜에서 가사가 꼬임.

원래 가사
(내 동생을 죽이면)내 물건엔 손 못 대 > 짜증날 일도 없어 > 유산도 모두 내 꺼 > 아버진 빡 돌겠지 > 난 더 큰방 쓰겠지 > 내 동생 죽이는 건 항상 꿈꿔왔던 일

꼬인 가사
(내 동생을 죽이면)내 물건엔 손 못 대 > 난 더 큰방 쓰겠지 > 유산도 모두 내 꺼 > 아버진 빡 돌겠지 > 짜증날 일도 없어 > 내 동생만 죽이면 유산도 모두 내 꺼


11. Way too far에서 트렌치코트를 안 입은 채로 등장.

12. Superior에서 셔츠 뒷쪽이 바지 밖으로 삐져나와 노래 부르며 계속해서 안으로 집어넣음. 그러나 제대로 정리가 안 되고 일부만 삐죽하게 삐져나와서 더 웃기게 됨;;

13. Superior 넘버 직후 암전 속에서, 가방이 어디에 있는지 못 찾아 한바퀴 빙글 돌며 두리번 거리다가 퇴장.

14. Way too far rep.에서 "씨발 좆같은 새끼야!" 라고 네이슨을 밀치며 화내다가 넥타이가 비뚤어지게 삐져나옴. 그거 정리하느라 네이슨이 "경찰들이 몇가지 단서를 더 갖고 있대" 대사 칠 동안 담배 꺼내 물 타이밍 놓침. 덕분에 "씨발 그 거지같은 경찰!"을 거의 평대사처럼 처리해서 긴장감이 떨어짐.



이 날 공연의 사고 자체는 thrill me 넘버가 끝남과 함께 충분히 종료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두 배우는 가사와 동선의 실수 없이 최선을 다해 넘버를 무사히 마쳤고요.
그러나 이 사고의 여파를 그 다음 넘버, 다음 넘버까지 질질 끌고 가게 만들었던 것은
8할이 그 뒤에 곧바로 이어진 스탭들의 실수 탓이었죠.

무대 위의 배우가 당황해도 무대 뒤의 스탭들은 정신을 차려야 합니다.
조명팀과 음향팀, 무대 뒤에서 상황을 전달해주셨던(...) 익명의 스탭들은
연출가과 함께 반성의 108배를 드린 후 씻고 주무셨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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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유리구슬 2009/05/03 01:47 # 답글

    전 방금 야매로 쓴 오늘..이 아니라 어제자 후기를 올렸는데, 주절주절 뭐 정리가 안됩니다. ㅋㅋㅋ

    사고 일지를 보며 두배우가 느꼈을 패닉과, 관객들의 간절한 기도가 절절하게 가슴에 와닿아서 앞에 쓰신 후기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쿨럭) 저도 이 페어 정말 재미있게 봤어요. 정말 말 그대로 '재미있었다'가 강하게 남는 페어네요. 청소년들의 장난이 지나쳐서 지옥에 떨어져버린(..) 그런 느낌이 가장 강하게 느껴지던 페어였어요. 특히 오늘 본 산호씨의 너무나도 정상적인 리처드(......)에 꽤나 신선한 충격을 받았지요.

    어제 공연 후기도 기대할께요! 밀린건 어서 어서 처리하셔야죠 ㅋㅋㅋ
  • 꿀꽈배기 2009/05/03 09:58 #

    부록은 부록일 뿐 너무 맘에 담아두지 마세요 ㅋㅋㅋㅋ 굉장히 신선한 해석과 분위기의 페어죠. 쓰릴미라는 극이 갖고 있는 두가지 키워드ㅡ Relationship때문에 Murder가 가능했던, 인과관계로 해석해서 풀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Murder라는 사건을, 두사람의 Relationship에 파문을 던지는 요소로 해석하고, 그에 따른 심리 묘사에 집중해서 표현한 이런 페어는 앞으로 시즌이 거듭되어도 보기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해석도 해석이지만, 정상윤 배우와 김산호 배우처럼 실제 배우들의 관계성이 무대 위에서 이어질 경우에만 이 특유의 케미스트리가 유효할 것 같아서 말이에요. 이런 거 보면 연출가님 눈치 안 보는 것도 같고. 하하;

    해맑고 귀여운 산호 리차드 보다가 우형 리차드의 살기 어린 눈빛 보면 몰라 뭐야 이거 무서워 ㄷㄷㄷ 모드가 되죠. 게다가 필우 페어 시작하면서 지능지수(..)도 높아져서 더 무서워요. 제발 필석 네이슨 좀 살살 집어던졌으면 좋겠고요. 엉엉. 커튼콜에서까지 리차드 모드하지 말란 말예요. 엉엉. <-
  • 디에나 2009/05/15 22:11 # 삭제 답글

    검색하다가 들어왔는데, 후기 정말 잘 읽고 갑니다 :)

    음 한가지만 말씀드리고 싶은건, 상윤 배우님 정말 모험심이 뛰어나신 분..이라는거 ㅋㅋ
    쓰릴미라서 일부러 자제하고 계시다고 해요. 컴퍼니나 씨왓 할땐 정말 무대위에서 계속 새로운거 시도하고 바꾸고 하셨거든요. 배우님도 그런거 좋아라 하시고.. 저도 팬으로써 그런거 찾는걸 좋아했었는데- 쓰릴미 보면서 많이 아쉬웠죠ㅠ_ㅠ 배우님도 그렇게 말씀하시고.. (어느 인터뷰엔가 그런 내용이 나와있는 걸 본 기억도 :D) 아마 팬텀도 대극장이니 또 그런 바꿔가는 건 없을듯하여 여전히 아쉽다는- 암튼 원래 그렇게 경직된 배우는 아니라고 오해를 풀고 싶었어요..ㅋㅋ

    그리고 상윤배우님.. 옷 찢어진거 모르셨대요ㅠ_ㅠ 알았으면 시간 끌었을텐데 몰라서 늘 하던대로 똑같이 하고 누웠는데 리처드 없어서 깜짝 놀랐다고..

    암튼 후기 너무 좋아서 앞뒤로 쓰인 것도 쭉 읽고 있어요!!
    또 후기 읽으러 들르게 될 것 같습니당 ^-^
  • 꿀꽈배기 2009/05/16 11:46 #

    안녕하세요, 저야말로 디에나님의 댓글 잘 읽었습니다. 첫번째 단락에 대한 부분은 잠시 접어두고 격히 한말씀 먼저 외쳐보겠습니다.

    정말요?!!!!!!!!!!!!!!
    산호리차드의 옷 상태를 정말 모르셨다고요?!
    아이구 아이구 OTL 이걸 어쩜 좋아 OTL

    모르셨을 거라곤 정말 꿈에도; 생각을 못했습니다;;
    Thrill me 넘버 부르면서.. 아니, 설령 도중엔 몰랐어도 마지막에 다리 이렇게 훑고 목 키스하는 씬에선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배우들의 몰입은 관객의 상상을 초월하는 집중력이로군요. 그럼 침대로 돌아와서 정말 당황하셨겠어요. 와, 왔는데 리차드가 없어...-_-;;;

    아무튼 좋은 정보 전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몰랐다면 오해하고 지나갈 뻔 했네요. 포스트에서 해당 부분은 정정해야겠어요. (아오, 아쉽다! 아셨다면 불꽃같은 애드립 연기를 볼 수 있었을 텐데!)

    <쓰릴 미>라서 자제하고 계신거로군요. 음, 그렇지 않아도 인터뷰 같은 것 보면 동일한 장면을 두고도 여러 갈래의 해석을 염두에 두고 계신 것 같고 사석에선 꽤 유머러스한 분이신 것 같은데 왜 그걸 본 공연에선 꼭꼭 숨겨두고 안 보여주실까. 혹, 그리스 시절 애드립을 쏟아내셨다가 이지나 연출가한테 눈물나게 혼났던 걸 아직까지 가슴 속 삼천원 트라우마로 간직하고 계신걸까(...) 뭐 그런 생각도 해보고 있었답니다. <쓰릴 미>를 즐겨보는 관객으로서는 오히려 <쓰릴 미>이기에 좀 더 자유롭게 연기하셔도 좋지 않을까 싶긴 한데, 아무래도 그냥 지켜보고 즐길 뿐인 관객과 실제로 3개월 간 무대 위에서 극을 이끌어나가야 하는 부담감과 책임감이 있는 주연 배우로서의 마음가짐은 다를 수밖에 없겠죠. 그, 그래도 언젠가 언급하셨던 킵유어 뉴버전은 막공 전에 쫌 보여주시지... ☞☜

    씨왓 같은 경우 정강도/정기자로만 보긴 했지만 그리 여러번 본 게 아니라서 정상윤 배우의 다채로운 시도들을 쉽게 느끼진 못했던 것 같아요. 팬텀 이후, 다양한 공연을 통해(컴퍼니의 바비로서 만나볼 수 있다면 더 좋겠고^^) 좀 더 새로운 모습들을 만끽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앞으로 디에나님과도 블로그 통해 종종 인사 나누길 바라겠습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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