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 쓰릴 미 (정상윤/김우형) - 잠시만 안녕 by 꿀꽈배기

제가 4월달 들어서 본 쓰릴미를 돌이켜보면 15일 > 2일 > 19일 > 5일 > 8일 >>>>> 넘사벽 >>>>> 17일 이기 때문에, 나쁘지 않았지만 특별히 인상 깊지도 않았던 오늘 밤공연 리뷰는 짧게만 씁니다. 대신 15일 공연의 리뷰를 넘버별 각개 리뷰로 공들여 쓰는 중이죠. 쓰는 중이죠. 쓰는 중이죠오.


오늘 공연의 좋았던 점

- 17일과 더불어 너무나 좋았던 관객들. 오히려 17일의 객석 분위기가 정숙하다 못해 엄숙해서, 배우들이 작정하고 웃기려는 포인트에서도 무서운 집중력을 동반한 정적만이 감돌아 부담스러울 정도였다면 오늘은 적당히 웃어줄 땐 웃어주고, 웃을 수도 있는 포인트(시에서 3개뿐인 안경, 새장속의 새, 네 타자기가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알려줬어 등등)에서는 진지하게 관극하는- 그야말로 '캐적절한' 관극 태도였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 배우들의 목상태. 상윤 네이슨의 Why를 조마조마하지 않고 들은 게 얼마만인지. 15일엔 호흡이 좀 짧았던 우형 리차드도 오늘은 컨디션 좋더군요. 계약서 후반부에서 이 두 배우의 빵빵 터지는 화음을 듣고 있으려니 17일 이후로 막혀있던 귀가…… 귀가 뻥 뚫리는 느낌!!!!!!!!!!!!! 그래!!!!!!!!!!!!!! 바로 이거지, 이 청량감!!!!!!!!!!!!!!!!!!!!!!!!!!!!!!!!!!!!!!!!

- 피아노 연주 템포. 15일과 동일하게 좋았습니다. 금주 들어서 템포가 조금 빨라진 느낌이에요. 이거 설마 4월 10일 하늘 리차드 공연에서 08'쓰릴미보다도 빠른 속도로 '미친 듯이 달린' 후 이혜지씨가 알을 깨고 나온 걸까요. (...) 역시 연주가 빨라지니 슈페리어와 내안경- 다른 건 몰라도 이 두곡의 긴장감은 훨씬 높아졌습니다.

- 킵유어딜에서 상윤 네이슨의 '설득력 있는' 연기. 사실 이건 15일에도 그랬을지 몰라요. (오늘 보여준 연기의 대부분이 15일에서 이어지거나 15일에서 약간 모자란 느낌이라) 그 날은 네이슨과 리차드를 동시에 번갈아가며 봐서 놓쳤을 수도 있거든요. 그런데 오늘은 제가 앉았던 자리가 킵유어딜에서 리차드가 무릎 꿇고 징징댈 때 리차드 등짝밖에 안 보이는 좌석이어서 킵유어 내내 네이슨만 집중해서 봤기 때문에 그의 감정 변화가 잘 느껴졌어요. 예전에는 무릎 꿇고 애걸복걸하는 리차드를 무감정하게 지켜보다가, 지켜보는 것마저 '권태롭게 느껴져서' 그에게서 시선을 돌리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느낌이었죠. 그런데 오늘 공연에서는 자신의 손을 붙잡고 애원하는 리차드의 눈망울만큼이나 그를 내려다보는 네이슨의 마음도 흔들렸어요. 아니, 이미 그 이전부터ㅡ 리차드가 "아직 우리가 함께할 방법이 있어." 라고 운을 뗄 때부터 네이슨은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죠. 목울대를 움직이며 눈물을 애써 집어 삼키더군요. 그리고 태연한 표정으로 동요하지 않으려 애썼지만 눈물을 글썽이는 리차드를 보며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더 이상 무너지지 않기 위해' 리차드에게서 고개를 돌린다는 느낌이었어요. 리차드가 부리나케 쫓아와 다리를 껴안고 울 때도 예전엔 멍하니… 어떨 땐 '아, 이젠 정말 지긋지긋하고 짜증난다' 는 표정까지 보여가며 가만히 서 있기만 하던 그였는데, 오늘은 그런 리차드를 향해 또 다시 움직이려는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려는 듯 고개를 살짝 숙이며 입술을 꾹 고쳐 다물고는 소리 없이 눈물을 삼켰죠. 이런 감정 연기가 전제되었기에 오늘 상윤 네이슨의 "뭐든 할게 자기야… 너 없인 나도 없어……." 는 머리 이전에, 마음으로 공감이 가는 대사였습니다.

- 공원 내동댕이치기 씬에서 허리를 굽히고 네이슨을 내려다 보는 걸로도 모자라(여기까진 15일 버전), 로드스터에서 "어때? 나랑 친구하자" 라고 할 때의 모션처럼 무릎에 양 손을 올리고 빼꼼히 네이슨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안경을 떨어트린 건 내가 아니야아~" 라고 대사 치던 우형 리차드, 너 이 개자식!

- 첫 재회씬에서 네이슨의 어깨가 아니라 엉덩이를 터치하며 놀래키던 리차드. 그래요, 작년에 그렇게 당했는데 한번쯤은 돌려줘야지. 그래도 누구처럼 양손으로 만지진 않았습니다? (...)

- 리차드. 그냥, 리차드ㅡ 리차드가 딱 처음 등장하는데 귀에서 쌍투스가 울려퍼졌습니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 저건 리차드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너무 아름답다아아아아아아아아아. 사실 09'쓰릴미 들어서는 리차드 첫 등장씬에서 "아아, 좋은 리차드다." 싶었던 건 산호 리차드 뿐이었는데…… 그렇습니다. 17일 효과입니다.

- 리차드. 노래 부르는 리차드ㅡ 낫띵 딱 처음 부르기 시작하는데 두 사람의 등 뒤에서 후광이 솟아났습니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 내 귀가 호강을 한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 저 화음 아아아아아아아아아 저것이 바로 듀엣이지이이이이이이이이. 그렇습니다. 17일 효과입니다.

- 내 자리. 로드스터에서 바비가 처음 자리 잡고 있는 바로 그 자리. 제 쪽을 향해 급방긋하는(오늘 따라 애 키가 작아서 A열 높이였음) 우형 리차드를 보며 슬쩍 웃음이 나오려는 걸 참고 진지하게 봤는데, 뒷자리 분이 너무 소리나게 푸훕 하고 웃으셔서 집중력이 와장창 깨졌죠. ㅠ_ㅜ 피날레씬에서 상윤 네이슨이 멈춰 서는 바로 그 자리. 리차드가 자기야- 라고 부르자 돌아보는 상윤 네이슨의그렁그렁하던 눈. 그리고 곧이어 툭, 투둑 떨어지는 눈물. "난 완벽한 공범자, 절대 배신 안해." 라고 하면서 계속 주룩주룩. 그래, 상윤 네이슨의 피날레 쓰릴미는 바로 이 맛이지! 이 양반이 얼마나 울고 싶어하는 양반인데 바로 전 공연에선…….

- 그리하여 사실 이날 공연은 제게 있어 리차드 신앙 간증이나 다를 바가 없었어요-_-;; 이제부터 아래에 쓰겠지만, 상윤 네이슨의 2% 부족한 감정 연기때문에 분명 15일 공연보다는 아쉬운 공연이었으나 네이슨과 리차드의 화음을 들었다는 것만으로도, 둘의 찐득찐듯한 케미스트리를 봤다는 것만으로도, 아니- 그냥 리차드를 본 것만으로도 만족.


오늘 공연의 아쉬웠던 점(특히 15일과 비교해서)

- 상윤 네이슨의 이런저런 디테일한 연기들. 리차드가 협박편지 쓸 때 뒤에서 보여주는 연기(오늘은 범죄에 대한 죄책감이나 잔상은 전혀 보이지 않았음)라든가 특히 라이프+99에서 "넌 이제 날 절대 못 떠나.", "그게 내가 늘 원해왔던 거라는 거 너도 알잖아.", "상관없어, 함께 있기만 하면 돼." 요 세 대사칠 때의 표정 연기. 15일 공연에서는 저 부분의 디테일들이 지금껏 전혀 나오지 않았던 표정과 모션, 대사톤으로 연기되었는데 오늘 공연에서는 모두 예전에 나왔던 연기들을 일부분 반복했을 뿐이었어요. 하지만 감정선과 캐릭터 해석 자체는 15일과 동일했기에ㅡ 1)리차드가 범상찮은 놈이란 건 알고 있었고, 그런 리차드를 위해 뭐든지 할 준비가 되어있긴 했지만 살인까지 갈 줄은 정말 몰랐음. 2)살인 행위 자체에 대한 두려움과 죄책감이 있음, 단 리차드에 대한 애정과 집착이 양심보다 컸을 뿐 3)안경은 일부러 떨어트린 게 맞지만 리차드를 옭아매기 위해 쳐놓은 덫이라기보단, 나와 그의 이 지리한 관계에서 터닝포인트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고 준비해놓은 장치였음. 때문에 경찰이 그걸 찾아내고 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상태로 진행되자 진짜 패닉 상태에 빠짐 4)설마했지만 끝까지 리차드를 믿고 기다렸음 5)경찰서에 간 후 킵유어딜까지 와서도, 여전히 리차드에 대한 믿음과 애착이 남아있음 6)피날레씬에 이르러서도 집착이라기보다는, 사랑- 온전한 사랑에 가까운 감정으로 리차드를 추억함 ㅡ이런 맥락의 해석이 좀 더 탄력을 얻으려면 15일에 보여주었던 디테일들 또한 그대로 이어지는 편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그래서 두 배우의 전체적인 감정 몰입도도 15일보다는 못하다고 느껴졌어요. 일례로, 상윤 네이슨이 정말 완전히 감정에 몰입했을 땐 커튼콜 인사할 때까지도 눈물을 줄줄 쏟아서, 각자 인사하고 중앙에서 만나 악수하며 네이슨과 리차드에서 정상윤과 김우형으로 돌아오는 타이밍에서조차 또 한회의 공연을 무사히 끝마친 배우 정상윤으로서 웃지 못하고 여전히 굳은 표정으로 겨우 박수만 하거든요. 근데 오늘 공연에선 좀 시원하게 웃더군요. 후후. 15일 공연에선 퇴장하면서 수고했고, 잘했다는 듯이 김우형씨 엉덩이도 톡톡 쳐줬는데. 오늘은 그것도 그냥 허리 끌어안는 디폴트 모드였고. 흥. - 3- ……앗, 잠깐. 그러고보니 15일에 당한 게 있어서 오늘 공원에서 놀래킬 때 복수한 거였나, 우형 리차드!!

- 리차드의 뒤집힌 넥타이. 그로 인해 두번 반복된 "내가 이런 일이 생길 줄 알았냐?" 그래요 뭐, 김우형 씨라고 이런 일이 생길 줄 알았겠어요.

- 내 자리. 위에서 말한 것처럼 킵유어딜에서 무릎 꿇고 빌 때 리차드 등짝 감상. 키스할 때 네이슨 뒷통수 감상. (심지어 네이슨에 가려져서 리차드 얼굴도 안 보임) 슈페리어 뺨 때리는 씬에서 배우들 턱 윗쪽만 보임. 피아노 소리에 묻혀서 일부 대사 안 들림.



아무튼 이 페어는 이제 조정기간을 갖고 2주 후에 뵙겠습니…… 읭?

애드립과 감정 폭발의 황제 필석 네이슨과 필석이 형아로 인해 애드립의 세계에 눈을 뜬(...) 산호 리차드가, 대본에 없는 대사는 단 한 마디도 하지 않는 상윤 네이슨과 어떻게든 연출의 틀 안에서 캐릭터를 해석하려고 노력하는 우형 리차드를 만나서 어떤 효과를 불러올지 참으로 기대가 큽니다. 잠시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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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유리구슬 2009/04/20 10:02 # 답글

    이거 하늘리처드를 보신게 우형리처드를 위해선 아주 잘된 일이 아닐수 없는걸요? ㅋㅋㅋ 꿀꽈배기님이 우형리처드를 찬양하시다니... 이런일이! ㅋㅋㅋ 오랜만에 본페어를 본 사람들이 쓴 후기들을 보면 이렇게 우상페어가 좋은 평을 받았던적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더군요.... 아니 욕할땐 언제고! 상윤네이슨 캐릭터는 전 아직 납득을 잘 못하겠더라구요, 좀 더 천천히 생각을 해보고 다음에 관극을 해야겠어요~ ...라지만 다음,이라고 하면 크로스일텐데... 그럼 바뀔텐데... OTL 우형리처드는 틀안에서 해석하지 않아줬으면 하는 바램이지만... 또한 꽤나 기분파인 필석님과 만나면 둘 중 하나라도 틀 안에 있는게 좋겠..죠?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되네요, 크로스! ㅋㅋㅋㅋ
  • 꿀꽈배기 2009/04/22 01:10 #

    일명 17일 효과(...)라고, 덕분에 19일 공연을 본 저는 오오 리차드님 오오 모드로 우형 리차드 간증을 하였고, 18일 공연을 본 제 친구는 김치치즈스마일을 1회부터 역주행하는 지경에 이르렀답니다. 19일 공연 평이 좋았나봐요? 커튼콜 때 환호가 큰 편이긴 했는데 그것도 뭐 15일과 비슷하다는 느낌이었고, 14일 공연을 보고 19일 공연을 같이 본 제 친구도 19일보다는 14일이 좀 더 좋았다고 해서 전, 아아... 아직도 정네이슨, 17일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건가. 하는 생각마저 했는데 말이죠-_-;; (우형 리차드야 매회 공연마다 조금씩 조금씩 전진하고 있고요) 지킬 때도 느꼈던 거지만 제가 좋았던 공연이 다른 관객들에겐 혹평 당하는 경우도 많았고, 전 별로였던 공연이 레전드급으로 호평받았던 적도 꽤 있었던지라 제 평은 5센티리터 정도만 믿어보시는 게 좋을지도 몰라요. ㅋㅋㅋ

    확실히 유리구슬님 취향엔 정네이슨보단 강네이슨이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루시로 치면 정네이슨이 선영루시, 강네이슨이 쏘냐루시와 비슷한 느낌이지 않나요? 아주 에너지가 차고 넘치시는 게... 호호;; 그치만 취향 이전에 캐릭터 해석이 납득 되느냐 안 되느냐의 문제도 분명 있긴 한 것 같습니다. 정네이슨은 저도 아직 이해가 안 되는 몇몇 장면들이 있어요. 본인도 그 부분들을 꽤 고심하고 있는 듯 보이고요. 아무쪼록 2주 간의 크로스 기간이 양쪽 메인 페어 모두에게 실보다 득이 되는 계기로 작용했으면 좋겠습니다.

    상윤씨나 우형씨나, 연기하는 스타일 보면 의외로 FM인 것 같은데 커튼콜에서만 씽크빅이 무한대로 발휘된단 말이죠? 이 싸람들 참 ㅋㅋㅋ
  • 로소 2009/04/20 14:07 # 답글

    안녕하세요^^ 요즘에 쓰릴미에 빠져서 리뷰를 검색하다가 꿀꽈배기 님의 블로그에서 너무나 우월한 후기를 보고 리플 남깁니다. 저는 우상페어의 공연을 14일, 19일 이렇게 두 번 봤는데, 어제 공연을 보고 너무 좋아서 저도 이 페어 전관 찍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전 어제 공연도 좋았는데 꿀꽈배기님께서 15일 공연을 이렇게 칭찬하시는 걸 보니 그날 보지 못한 게 한이 되네요T^T 좋은 후기 감사드리고, 수줍게 링크 신고합니다~
  • 꿀꽈배기 2009/04/22 02:16 #

    안녕하세요, 로소님. 댓글과 링크 신고 감사합니다. :D

    이 페어의 경우, 두 배우 모두 연기와 노래가 상향 평균화 되어 있는데다 호흡이 잘 맞는지라 쓰릴미 첫관람으로는 두말 없이 추천할 수 있지만 약간 취향이 갈릴 수 있는 캐릭터 해석이라서 반복 관람까지 권하기는 어렵겠다고, 저 개인적으로는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전관(!!)충동이 드셨다니 이것 참 반갑습니다~

    중간 막공(?)이었던 지난주 공연의 경우엔 14, 15, 19일의 감정선과 캐릭터 해석이 쭉 일관된 흐름이었던 것 같아요. 회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었지만요. 그 중에서 저는 15일의 연기가 가장 좋았노라 돌이키고 있지만 사실 그 날은 관객들의 몰입 방해 요소가 꽤 있었어서(ㅠ_ㅜ) 로소님께서 한까지 삼진 않으셔도 될 것이라 사료되옵니다. 하하.

    앞으로도 종종 함께 쓰릴미 이야기 나누기를 기대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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