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공연 리뷰는 그냥 짤방 없이 간단하게만.
(사실 이젠 마땅히 첨부할 사진도 없고... 뭐 맘에 드는 사진이 있어야지 ㅠㅜ)
(사실 이젠 마땅히 첨부할 사진도 없고... 뭐 맘에 드는 사진이 있어야지 ㅠㅜ)
3/31 20:00 정상윤/김우형
1. 정상윤 배우, 몸이 굉장히 안 좋아 보이더군요. 처음 등장하는데 깜짝 놀랐어요, 얼굴이 너무 수척해서. 감기라도 걸렸는지 Everybody wants Richard에서부터 코를 훌쩍거리고는 Thrill me쯤이었나에선 헛기침을 하며 목도 가다듬더군요. 마침 막 급하게 뛰어온 직후에 숨을 고르는 씬이었어서 극 몰입에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목 잠긴 상태로 있다가 노래 부를 때 더 큰 사고나는 것보다야 그렇게라도 풀어주는 게 낫죠. 네이슨 역은 로드스터 때 말고는 퇴장이 없으니. 아무튼 컨디션 때문인지 이 날의 상윤 네이슨은 캐릭터가 분명하진 않았습니다. 별 감정의 동요 없이 각 단계마다'계획대로~'하며 씨익 썩소 짓는 종이인형 네이슨을 1, 희로애락 분명하고 극이 진행될 수록 '애'쪽에 무게가 실리는 애잔한 네이슨을 10이라 치면 이 날 공연은 3정도?
전 매공연 볼 때마다 오늘의 상윤 네이슨이 어떤 네이슨인지 기준짓는 척도로서 Thrill me 씬 마지막에 관객들을 바라보며 계약서를 접어 넣는 네이슨의 표정을 관찰하곤 하는 데요. 캐릭터가 1에 가까울 땐 완전 승리의 썩소(..)를 지어주시고, 10에 가까울 땐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같은 느낌으로, 어찌되었든 리차드를 갖게 되었음에 안도하는 마음과 '내가 정말 이렇게까지 해서 사랑을 구걸해야 하나'란 서글픈 마음, 바닥까지 떨어진 자존심(10 모드일 땐 이 네이슨에게도 자존감이란 게 있다니까요!!)과 그래도 그를 가질수만 있다면 몇천번이라도 자존심 따위 내팽겨칠 수 있다는 절박함.... 이 모든 게 뒤엉킨, 정말 가슴이 미어지는 그런 표정으로 웃죠. 그런데 이날 공연에선 이 부분이 좀 미묘했습니다. 완전히 썩소도 아니고 그렇다고 27일이나 29일 공연처럼 슬픈 얼굴인 것도 아니었고요. 이어지는 대사인 "집중해, 나한테!"는 약간 울먹이는 것처럼 들렸지만요.
이 장면뿐만이 아니라 후반부 Keep your deal with me ~ Life plus 99 years에서도 캐릭터가.... 좋게 말하면 복합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어중간한 상태였습니다. 예전처럼 킵유어딜 때 리차드가 등 뒤에서 무슨 말을 하든 생기도 핏기도 없는 얼굴로 정신줄 놓고 있는 모습은 아니고(이 모드는 이제 완전히 사라진 듯?), 리차드가 말할 때마다 그 쪽으로 시선도 향하고, 겉으로 내색은 안 해도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는 있다는 느낌인데... "먼저 배신한 건 너야!"라며 리차드와 싸울 땐 또 초창기처럼 소름끼치도록 무감정한 모습이더라고요. (최근엔 이 장면에서 리차드에게 버럭거리며 화를 내기도 했었죠. 무려 어미에 '!'가 붙는 네이슨이었어요.)
2. 우형 리차드는 요즘 상승곡선을 타고 있어요. 대사톤이 많이 정돈되어서 예전만큼 어색한 느낌을 주는 장면들은 줄어든 동시에 본래 갖고 있던 산만하고 충동적인 '애'느낌은 잃지 않았습니다. 살짝 부담스러운 모션은 뭐... 여전 합니다만(전 다른 건 다 좋은데 거듭되는 삿대질이랑 니체 얘기할 때 책 앞으로 내밀며 엉덩이 뒤로 빼는 건 춈? ㅠㅜㅠㅜ) 이 정도로 고집하는 걸 보면 연출의 의도든 배우의 의도든 취존중(...)으로서 생각해줘야 하는 거 아닐까도 싶고요-_-;; 그치만 그 모션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모션, 표정, 목소리, 음정 등의 복합적인 연기로 인해 느낌이 확 달라진 Afraid를 생각하면 앞으로 다른 장면들에서 또한 발전의 여지는 분명 있을 듯 합니다. 우형 리차드의 Afraid는 아, 이걸, 도대체 뭐라고 말하면 좋을까요. 이제 두달 후면 09'쓰릴미는 막을 내리겠지만 이 리차드는 그 후로도 오랫동안 Afraid로 기억될 거예요.
3. 이 날 공연에선 네이슨과 리차드가 좀 데면데면하다 해야 할까. 원래도 사랑은 없는(특히 네이슨에 대한 리차드의 감정이) 페어지만 리차드가 기분 업되어 있을 땐(낫띵, 랜섬노트 같은) 새로 산 강아지 마냥 네이슨을 물고 빨며 귀여워하는 맛은 있었는데요. 이 날은 그런 식의 단발적인 애정조차도 거의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요. Nothing like a fire에서 머리에 키스 안할 때부터 알아봤어요. 29일 밤공같은 커튼콜은 다시 없을 거란 걸. (먼 산) 이 페어는 서로 간에 사랑은 없어도 사랑보다 복잡하고 끈적한 케미스트리가 느껴지는 점이 맘에 들었는데 그게 느껴지지 않아서 쫌 아쉬웠어요. 모처럼 실수 없이 깔끔하게 끝난 공연이었는데도 뭔가 아쉬움이 남는 건 바로 이런 부분 때문이려나. 확실히 전 군더더기 없이 무난하게 깔끔 그 자체로 끝나는 공연보다는 실수나 사고 좀 있어도 감정으로 충만한 공연 쪽이 더 취향인 것 같아요.
4. 누구 취향인진 모르겠으나(아마도 우형 리차드?) 이 페어는 유독 Superior 연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뺨 때리기만 해도 이 페어의 유니크함은 차고 넘친다 생각했는데 한 2주 전부터 '모든 게 계획대로 됐어'에서 슬금 슬금 키스 시도를 하더니만 지난주부턴 진짜로 하더군요-_;; 그래요 뭐, 뺨 때려놓고 키스하는 것도 좋고, '그만 좀 해'라며 키스는 거부했으면서 '우린 하나, 죽음 그 끝까지!'에선 리차드 꽉 붙들고 아이컨택하는 네이슨도 좋고, 작년의 동촤드도 올해의 산호 리촤도 모두 의자 한 번 딛고 올라서는 나무상자를 한 번에 훌쩍 뛰어올라가는 우형 리촤의 초인적인 운동 신경도 좋고 다 좋은데(...) 역시 이 부분의 [노래]는 강산 페어쪽이.
5. 이 페어의 내안경/기다려는 둘의 대립과 갈등이 팽팽하게 겨뤄지는 장면이라기 보단 멍청한 리차드(...)에 대한 네이슨의 최후통첩처럼 감상하면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리차드가 "우리라고? 아니, 너야."라고 배신을 때리기 전까지는 그래도 불안한 모습을 보이던 네이슨이, 리차드의 배신을 '확인'한 후(99년에서 상윤 네이슨이 말하는 '네가 먼저 배신할 거라는 것도 정확히 내가 예상한 그대로였어'라는 대사는 정말 설득력 있죠.) 차갑게 얼어붙은 표정으로 신문을 손에 쥔 채 말하는 그 다음 대사들은 모두 리차드를 향한 '경고'나 다름 없어요.
사건의 목격자를 찾는다.
진흙에 발자국을 남겼어.
어딘가 피가 묻어있다면-
분명히 큰 실수했을 거야.
그게 단서가 될 거야.
그 다음 차례는 차가운 감옥.
이 상황이 이해가 안 가니?
진정해. 진정해. 진정해.
그리고 제발, 지금 내가 하는 경고를 알아 차려.
작년 우형 네이슨의 경우, "진흙에 발자국을 남겼어...!"하면서 약간의 불안과 초조함을 담아 소리쳤다면 상윤 네이슨은 "진흙에 발자국을 남겼어."라고, 마치 fact를 제보하듯 담담하게, 그러나 리차드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해준단' 말이죠. 저 가사들을 순서대로 가만히 되짚어보면(목격자에게 자신들의 존재를 노출, 발자국 남김, 핏자국 깨끗하게 처리 안 함) 단순히 안경을 떨어트린 것 외에 저 모든 단서들이 원래부터 네이슨의 계획에 있었던, 네이슨이 일부러 남긴 물증들 처럼 들려요. 그러니까 지금 네이슨은 신문 기사를 보고 말하는 게 아니라 '내가 이렇게 했어. 아직도 모르겠니?'라고 리차드에게 끊임없이 힌트를 주는 거죠. 물론 원래도 남의 말은 귓등으로 듣는 척도 안하는 우형 리차드야 이때 쯤엔 거의 정줄을 놓은 상태라, 네이슨의 그런 경고를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요. 자기야... 멍청한 신문이나 보고....
6. 사실 제가 개인적으로 이 날 컨디션이 영 별로였는데다가(지난주부터 토요일 딱 하루 쉬고 수-목-금-일-월-화 계속 공연 봤거등여. 좀 미쳤거등여) 공연 전에 배고파서 맥도날드 가서 햄버거를 드링킹했더니만 공연 보는데 너무 졸려서-_-;;;;;; 아니 저 정말 올해 쓰릴미 보면서는 깜박 존 거 처음인데, 공연이 안 좋았다기 보단 제 컨디션이 진짜 너무 극악이었어요. 게다가 평소처럼 관객들이 부산스럽기라도 했다면 짜증이 나서라도 졸리진 않았을텐데 이 날은 정말!!! 관객들이 최고급!!!! 웃어야 할 땐 적당히 웃고(상윤네이슨의 니체가 여기 몇장에~ 팔락팔락이랑 손가락 빼기 스킬 등등-솔까 이 장면들은 이 페어가 아주 작정하고 관객 함 웃겨보자~ 란 맘으로 연출하는 장면같음-) 심각한 장면에선 안 웃고!! 우왕, 첫공 이후로 시에서 세개뿐인 안경에서 안 웃은 건 처음이었어요. 이 신선함!! 반가움!! ㅜ_ㅡ 분명 어제는 단관도 없었는데 이상하죠. 물론 매일같이 'Straight to 해븐-_-'하고 있는 사람들(이를테면... 저 같은...)도 없지는 않았겠지만 일반인 커플이라든가 중년 관객들이라든가도 많았고요. 제 주위만 하더라도 D5-8이 보유석인 줄도 모르고, 이 극이 어떤 내용인지도 모르고 온 관객들 뿐이었거든요. 게다가 가장 중요한 건, 마지막 '쓰릴미.. 쓰릴미!'하고 끝났는데 박수가 없어!!!
정 적
작년부터 **번 보면서 진짜 이런 적막함은 처음이었요. 거의 5~6초간 정적. 배우들이 앞으로 걸어나올 때까지도 박수가 없는 거예요. 전 사실 그 때까지도 살짝 졸고 있다가(....나도 내가 상윤 네이슨의 피날레씬에서 졸 수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근데 진짜 컨디션이 너무 개였음..) 아무도 박수를 안 치는 이 적막감에 너무 깜짝 놀라서 깼어요. 순간적으로 헉!! 다들 존 건가? 존 거야?! 설마 오늘 공연, 나만 존 게 아닌 거야? 그렇게 루즈했나?! 싶은 생각마저 들었는데 그건 아니고 배우들이 앞으로 걸어나와서 무대에 조명이 살짝 들어오니까 그때부터 열성적으로 박수를 보내더라고요. 즉, 다들 박수를 언제 쳐야하는지 잘 모르는 분위기였달까. (...덕후들은 그런 분위기에 압도당해서 당황&망설이고 있었을테고. 나처럼.) 이게 이해가 가는 게, 저도 첫공 때 그랬거든요. 전 설마 그 장면에서 그렇게 끝날 거라곤 생각도 못해서(게다가 A블럭에서 봤던지라 저 C열 끝 언저리에서 쓰릴미~ 하는 우형 네이슨 눈물도 안 보였다구 ㅠ_ㅜ) 남들이 박수치니까 덩달아 친 거지, 머릿 속으론 "엥? 이게 끝? 끝이야??"하는 물음표가 둥실둥실.
일단 한 번 박수하기 시작하니까 되게 오래, 열심히 하더군요. 심지어 배우들 퇴장하고, 피아노도 멈추고, 전체 조명이 들어왔는데도 짝짝짝짝짝-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배우들도 순간적으로는 쫌 당황했을 듯? 후후후, 강해지세요...
1. 정상윤 배우, 몸이 굉장히 안 좋아 보이더군요. 처음 등장하는데 깜짝 놀랐어요, 얼굴이 너무 수척해서. 감기라도 걸렸는지 Everybody wants Richard에서부터 코를 훌쩍거리고는 Thrill me쯤이었나에선 헛기침을 하며 목도 가다듬더군요. 마침 막 급하게 뛰어온 직후에 숨을 고르는 씬이었어서 극 몰입에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목 잠긴 상태로 있다가 노래 부를 때 더 큰 사고나는 것보다야 그렇게라도 풀어주는 게 낫죠. 네이슨 역은 로드스터 때 말고는 퇴장이 없으니. 아무튼 컨디션 때문인지 이 날의 상윤 네이슨은 캐릭터가 분명하진 않았습니다. 별 감정의 동요 없이 각 단계마다'계획대로~'하며 씨익 썩소 짓는 종이인형 네이슨을 1, 희로애락 분명하고 극이 진행될 수록 '애'쪽에 무게가 실리는 애잔한 네이슨을 10이라 치면 이 날 공연은 3정도?
전 매공연 볼 때마다 오늘의 상윤 네이슨이 어떤 네이슨인지 기준짓는 척도로서 Thrill me 씬 마지막에 관객들을 바라보며 계약서를 접어 넣는 네이슨의 표정을 관찰하곤 하는 데요. 캐릭터가 1에 가까울 땐 완전 승리의 썩소(..)를 지어주시고, 10에 가까울 땐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같은 느낌으로, 어찌되었든 리차드를 갖게 되었음에 안도하는 마음과 '내가 정말 이렇게까지 해서 사랑을 구걸해야 하나'란 서글픈 마음, 바닥까지 떨어진 자존심(10 모드일 땐 이 네이슨에게도 자존감이란 게 있다니까요!!)과 그래도 그를 가질수만 있다면 몇천번이라도 자존심 따위 내팽겨칠 수 있다는 절박함.... 이 모든 게 뒤엉킨, 정말 가슴이 미어지는 그런 표정으로 웃죠. 그런데 이날 공연에선 이 부분이 좀 미묘했습니다. 완전히 썩소도 아니고 그렇다고 27일이나 29일 공연처럼 슬픈 얼굴인 것도 아니었고요. 이어지는 대사인 "집중해, 나한테!"는 약간 울먹이는 것처럼 들렸지만요.
이 장면뿐만이 아니라 후반부 Keep your deal with me ~ Life plus 99 years에서도 캐릭터가.... 좋게 말하면 복합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어중간한 상태였습니다. 예전처럼 킵유어딜 때 리차드가 등 뒤에서 무슨 말을 하든 생기도 핏기도 없는 얼굴로 정신줄 놓고 있는 모습은 아니고(이 모드는 이제 완전히 사라진 듯?), 리차드가 말할 때마다 그 쪽으로 시선도 향하고, 겉으로 내색은 안 해도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는 있다는 느낌인데... "먼저 배신한 건 너야!"라며 리차드와 싸울 땐 또 초창기처럼 소름끼치도록 무감정한 모습이더라고요. (최근엔 이 장면에서 리차드에게 버럭거리며 화를 내기도 했었죠. 무려 어미에 '!'가 붙는 네이슨이었어요.)
2. 우형 리차드는 요즘 상승곡선을 타고 있어요. 대사톤이 많이 정돈되어서 예전만큼 어색한 느낌을 주는 장면들은 줄어든 동시에 본래 갖고 있던 산만하고 충동적인 '애'느낌은 잃지 않았습니다. 살짝 부담스러운 모션은 뭐... 여전 합니다만(전 다른 건 다 좋은데 거듭되는 삿대질이랑 니체 얘기할 때 책 앞으로 내밀며 엉덩이 뒤로 빼는 건 춈? ㅠㅜㅠㅜ) 이 정도로 고집하는 걸 보면 연출의 의도든 배우의 의도든 취존중(...)으로서 생각해줘야 하는 거 아닐까도 싶고요-_-;; 그치만 그 모션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모션, 표정, 목소리, 음정 등의 복합적인 연기로 인해 느낌이 확 달라진 Afraid를 생각하면 앞으로 다른 장면들에서 또한 발전의 여지는 분명 있을 듯 합니다. 우형 리차드의 Afraid는 아, 이걸, 도대체 뭐라고 말하면 좋을까요. 이제 두달 후면 09'쓰릴미는 막을 내리겠지만 이 리차드는 그 후로도 오랫동안 Afraid로 기억될 거예요.
3. 이 날 공연에선 네이슨과 리차드가 좀 데면데면하다 해야 할까. 원래도 사랑은 없는(특히 네이슨에 대한 리차드의 감정이) 페어지만 리차드가 기분 업되어 있을 땐(낫띵, 랜섬노트 같은) 새로 산 강아지 마냥 네이슨을 물고 빨며 귀여워하는 맛은 있었는데요. 이 날은 그런 식의 단발적인 애정조차도 거의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요. Nothing like a fire에서 머리에 키스 안할 때부터 알아봤어요. 29일 밤공같은 커튼콜은 다시 없을 거란 걸. (먼 산) 이 페어는 서로 간에 사랑은 없어도 사랑보다 복잡하고 끈적한 케미스트리가 느껴지는 점이 맘에 들었는데 그게 느껴지지 않아서 쫌 아쉬웠어요. 모처럼 실수 없이 깔끔하게 끝난 공연이었는데도 뭔가 아쉬움이 남는 건 바로 이런 부분 때문이려나. 확실히 전 군더더기 없이 무난하게 깔끔 그 자체로 끝나는 공연보다는 실수나 사고 좀 있어도 감정으로 충만한 공연 쪽이 더 취향인 것 같아요.
4. 누구 취향인진 모르겠으나(아마도 우형 리차드?) 이 페어는 유독 Superior 연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뺨 때리기만 해도 이 페어의 유니크함은 차고 넘친다 생각했는데 한 2주 전부터 '모든 게 계획대로 됐어'에서 슬금 슬금 키스 시도를 하더니만 지난주부턴 진짜로 하더군요-_;; 그래요 뭐, 뺨 때려놓고 키스하는 것도 좋고, '그만 좀 해'라며 키스는 거부했으면서 '우린 하나, 죽음 그 끝까지!'에선 리차드 꽉 붙들고 아이컨택하는 네이슨도 좋고, 작년의 동촤드도 올해의 산호 리촤도 모두 의자 한 번 딛고 올라서는 나무상자를 한 번에 훌쩍 뛰어올라가는 우형 리촤의 초인적인 운동 신경도 좋고 다 좋은데(...) 역시 이 부분의 [노래]는 강산 페어쪽이.
5. 이 페어의 내안경/기다려는 둘의 대립과 갈등이 팽팽하게 겨뤄지는 장면이라기 보단 멍청한 리차드(...)에 대한 네이슨의 최후통첩처럼 감상하면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리차드가 "우리라고? 아니, 너야."라고 배신을 때리기 전까지는 그래도 불안한 모습을 보이던 네이슨이, 리차드의 배신을 '확인'한 후(99년에서 상윤 네이슨이 말하는 '네가 먼저 배신할 거라는 것도 정확히 내가 예상한 그대로였어'라는 대사는 정말 설득력 있죠.) 차갑게 얼어붙은 표정으로 신문을 손에 쥔 채 말하는 그 다음 대사들은 모두 리차드를 향한 '경고'나 다름 없어요.
사건의 목격자를 찾는다.
진흙에 발자국을 남겼어.
어딘가 피가 묻어있다면-
분명히 큰 실수했을 거야.
그게 단서가 될 거야.
그 다음 차례는 차가운 감옥.
이 상황이 이해가 안 가니?
진정해. 진정해. 진정해.
그리고 제발, 지금 내가 하는 경고를 알아 차려.
작년 우형 네이슨의 경우, "진흙에 발자국을 남겼어...!"하면서 약간의 불안과 초조함을 담아 소리쳤다면 상윤 네이슨은 "진흙에 발자국을 남겼어."라고, 마치 fact를 제보하듯 담담하게, 그러나 리차드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해준단' 말이죠. 저 가사들을 순서대로 가만히 되짚어보면(목격자에게 자신들의 존재를 노출, 발자국 남김, 핏자국 깨끗하게 처리 안 함) 단순히 안경을 떨어트린 것 외에 저 모든 단서들이 원래부터 네이슨의 계획에 있었던, 네이슨이 일부러 남긴 물증들 처럼 들려요. 그러니까 지금 네이슨은 신문 기사를 보고 말하는 게 아니라 '내가 이렇게 했어. 아직도 모르겠니?'라고 리차드에게 끊임없이 힌트를 주는 거죠. 물론 원래도 남의 말은 귓등으로 듣는 척도 안하는 우형 리차드야 이때 쯤엔 거의 정줄을 놓은 상태라, 네이슨의 그런 경고를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요. 자기야... 멍청한 신문이나 보고....
6. 사실 제가 개인적으로 이 날 컨디션이 영 별로였는데다가(지난주부터 토요일 딱 하루 쉬고 수-목-금-일-월-화 계속 공연 봤거등여. 좀 미쳤거등여) 공연 전에 배고파서 맥도날드 가서 햄버거를 드링킹했더니만 공연 보는데 너무 졸려서-_-;;;;;; 아니 저 정말 올해 쓰릴미 보면서는 깜박 존 거 처음인데, 공연이 안 좋았다기 보단 제 컨디션이 진짜 너무 극악이었어요. 게다가 평소처럼 관객들이 부산스럽기라도 했다면 짜증이 나서라도 졸리진 않았을텐데 이 날은 정말!!! 관객들이 최고급!!!! 웃어야 할 땐 적당히 웃고(상윤네이슨의 니체가 여기 몇장에~ 팔락팔락이랑 손가락 빼기 스킬 등등-솔까 이 장면들은 이 페어가 아주 작정하고 관객 함 웃겨보자~ 란 맘으로 연출하는 장면같음-) 심각한 장면에선 안 웃고!! 우왕, 첫공 이후로 시에서 세개뿐인 안경에서 안 웃은 건 처음이었어요. 이 신선함!! 반가움!! ㅜ_ㅡ 분명 어제는 단관도 없었는데 이상하죠. 물론 매일같이 'Straight to 해븐-_-'하고 있는 사람들(이를테면... 저 같은...)도 없지는 않았겠지만 일반인 커플이라든가 중년 관객들이라든가도 많았고요. 제 주위만 하더라도 D5-8이 보유석인 줄도 모르고, 이 극이 어떤 내용인지도 모르고 온 관객들 뿐이었거든요. 게다가 가장 중요한 건, 마지막 '쓰릴미.. 쓰릴미!'하고 끝났는데 박수가 없어!!!
정 적
작년부터 **번 보면서 진짜 이런 적막함은 처음이었요. 거의 5~6초간 정적. 배우들이 앞으로 걸어나올 때까지도 박수가 없는 거예요. 전 사실 그 때까지도 살짝 졸고 있다가(....나도 내가 상윤 네이슨의 피날레씬에서 졸 수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근데 진짜 컨디션이 너무 개였음..) 아무도 박수를 안 치는 이 적막감에 너무 깜짝 놀라서 깼어요. 순간적으로 헉!! 다들 존 건가? 존 거야?! 설마 오늘 공연, 나만 존 게 아닌 거야? 그렇게 루즈했나?! 싶은 생각마저 들었는데 그건 아니고 배우들이 앞으로 걸어나와서 무대에 조명이 살짝 들어오니까 그때부터 열성적으로 박수를 보내더라고요. 즉, 다들 박수를 언제 쳐야하는지 잘 모르는 분위기였달까. (...덕후들은 그런 분위기에 압도당해서 당황&망설이고 있었을테고. 나처럼.) 이게 이해가 가는 게, 저도 첫공 때 그랬거든요. 전 설마 그 장면에서 그렇게 끝날 거라곤 생각도 못해서(게다가 A블럭에서 봤던지라 저 C열 끝 언저리에서 쓰릴미~ 하는 우형 네이슨 눈물도 안 보였다구 ㅠ_ㅜ) 남들이 박수치니까 덩달아 친 거지, 머릿 속으론 "엥? 이게 끝? 끝이야??"하는 물음표가 둥실둥실.
일단 한 번 박수하기 시작하니까 되게 오래, 열심히 하더군요. 심지어 배우들 퇴장하고, 피아노도 멈추고, 전체 조명이 들어왔는데도 짝짝짝짝짝-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배우들도 순간적으로는 쫌 당황했을 듯? 후후후, 강해지세요...







덧글
유리구슬 2009/04/02 13:01 # 답글
흑흑.. 꿀꽈배기님.. 전 올해 쓰릴미는 미치도록 보고 싶지 않을줄 알았어요! 근데 아니예요 ;ㅅ; 그저께부터 보고 싶어서 완전 아련하게 허공만 쳐다보고 있고... 내일까지 어떻게 기다리죠... 으흑... 근데.. 이제 슈페리어에서 키스를 하나요? 아놔... 아 진짜, 필우랑 상산보러 다시 와야하나연.. OTL
꿀꽈배기 2009/04/03 13:16 #
이게 예년과는 또다른 중독성이 있다니까요. 후후 - 3- 그래도 드디어 오늘이네요! 이번주 계속 클린~한 공연을 선보이고 있는 두 배우분인만큼 오늘은 더 멋진 공연되기를 기도하고 있겠습니다.슈페리어에서 우형리차드가 예전엔, 낫띵 직전에 네이슨 얼굴 쓰다듬으며 "괜찮아"라고 안심시키던 것처럼 딱 그 정도 선의 모션만 취했는데요. 이게 최근에는 네이슨 가슴부터 이렇게~ 손으로 쓸면서 뺨을 감싸고 키스하는 식의, 충동적인 성적 뉘앙스를 띈 모션으로 바뀌었더라고요. 마치 낫띵에서 기분 업되었을 때 네이슨 머리에 쪽 키스했던 것처럼요. 모션의 의도가 네이슨 진정시키기에서 '꺄오! 완벽해! 나 좀 짱인듯! 자기야 일루와 쪽쪽쪽'(...)으로 변했달까.
요즘들어 상윤 네이슨이 이렇게밖에 그를 가질 수 없는 슬픔과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그에게서 여전히 관심받지 못하고 있는 자조의 감성에 무게를 싣는 연기를 하고 있는데, 이러다가 네이슨한테 완전 관심 많은(...) 산호 리차드와 만나면 또 어떻게 해석이 달라질지 아우 기대됩니다. 케케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