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공연을 볼 당시엔 달리느라 바빠서 전혀 남기지 못했던 08-09 지킬앤하이드 리뷰들. 드디어 내 생애 처음으로 대극장 뮤지컬을 본 날. 프리뷰 특별 할인을 이용해 빕스석으로 지르고 지킬을 오랫동안 염원해 온 친구와 함께 지킬 앤 하이드라는 작품을 감상했다. 류정한씨(이하 류지킬)의 창법이 OST를 통해 들었던 것과는 또 다른 분위기라 조금 낯선 느낌을 받았으나, 기품이 흘러넘치는 목소리 자체는 그만이 가진 특유의 애티튜드(라고 말하는 건 제가 요즘 프런코 빠가 되었기 때문입니다)와 어우러져 무대 위에 서 있는 저 사람이 배우 류정한이 아니라 긍지 높은 귀족- 이라는 마법같은 착각마저 들게 만들어 주었음. 하지만 성악 전공에 뮤지컬 천황이라는 칭호에 걸맞는 가창력을 기대했던 내게 라이브로 들은 그의 노래는 기대 이하. 당시엔 내가 기대를 너무 많이 했던 걸까, 하고 넘겼는데 그 후로도 꾸준히 류지킬은 노래보다는 연기와 캐릭터'연출'로 내게 각인되었음. (나중에 길게 쓸 기회가 있겠지만 짧게만 남겨보자면 홍지킬의 경우 캐릭터'해석', 김지킬의 경우 캐릭터'몰입'에 높은 점수) 이 날 모든 출연진을 통틀어 가장 인상 깊었던 배우는 루시 역의 김선영씨. 그녀의 브링온더맨과 어뉴라이프는 조용히 박수만 치다 올 예정이었던 내게 샤우팅(...)을 절로 불러 일으켰음. 그리고 합창곡인 파사드와 살인, 살인은 녹음된 OST를 듣는 것보다 실제로 온 몸을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음향, 안무, 조명이 동시에 어우러진 라이브를 통한 임팩트가 두배, 세배, 열배- 이런 수치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좋았음. (특히 상류층이 무대 앞에 일렬로 걸어나와 오른손을 치켜들고 주먹 쥐어 보이며 '다, 모두 허상이지'라 합창하는 부분과 주교를 중심으로 '모두 한통 속-'하며 짠, 짠, 짠, 짠 하고 차례대로 자리에 앉았다가 초록빛 조명과 함께 폭발시키듯 모두 다같이 '가면 속의 허상'이라고 부르는 장면에선 살결 위로 소름이 돋아나는 전율 마저.)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처음 본 지킬앤하이드는 너무도 허술한 플롯과 알아먹기 어려운 게 아니라 알아먹기 '힘이 드는' 문어체 대사, 약혼식 시퀀스와 원스어폰어드림에서의 참을 수 없는 지루함 등등 여러모로 기대 이하의 작품이었음. 지킬의 서울 마지막 공연날 만큼이나 뜨거운 열기로 가득찼던 이 날의 커튼콜, 특히나 1층 한복판에서 기립 안 한 관객은 아마도 나 뿐이었을 듯. 덕분에 류지킬의 하이드ver.커튼콜 인사도 나 혼자 못 봐서는 친구에게 엉? 뭐야? 뭐 했어? 하며 물어나 보고-_-;; 류지킬에 대한 기대가 무척 컸던 친구 역시 이 날의 공연에 크게 만족하지는 않은 듯. '로.. 로딩이 필요한 걸까....'를 되뇌이며 약간은 씁쓸한 마음으로 LG아트센터를 걸어 나왔음. 그러나 친구와 나는 이미 프리뷰 3일치 모두를 예매해놓은 상태. 웃찾사 보면서 웃다가 죽는 등장인물이나 양은 냄비로 뒷통수 맞고 기절한 강재만큼이나 뜬금없는 이 최후의 결혼식 씬을 앞으로 두 번이나 더 봐야한다니, 대체 어떻게 견뎌내지? 지금이라도 예매해놓은 표, 양도해버릴까? ㅡ대강 이런 생각을 하며 밤을 지샜으나 일단 세 명의 지킬, 세 명의 루시, 두 명의 엠마를 모두 한 번 보고난 뒤 생각을 해보자, 라고 마음을 다 잡음. 이 날의 결론 : 프리뷰 3일치를 한꺼번에 예매한 게 과연 잘한 짓이었을까? 어쨌든 김지킬에게도 어김없이 첫 공연의 막은 올라갔고, 어제와 달리 나와 친구는 2층 4열에서 오페라글래스 없이 관람을 시작했음. 사실 예매를 했을 당시엔 2층과 3층 좌석이 저렴하긴 하지만, 무대와의 거리 때문에 과연 그 저렴한 가격만큼의 값어치라도 찾을 수 있는 걸까 하는 우려가 있었으나 LG아트센터는 그 걱정을 깨끗이 씻어줄만큼 좋은 음향 시스템과 시야각을 보유하고 있는 공연장이었음. 2층에서 보니 오히려 모든 배우들의 동선과 앙상블들의 안무, 그리고 무엇보다도 얼라이브1에서 펼쳐지는 하이드의 벽 그림자 조명 연출까지 접할 수 있어서 가격대비 생각하면 1층 빕스석보다 오히려 더 좋은 게 아닐까 싶은 생각까지 들었을 정도. (그러나 이 생각은 1열에서 관람해 본 이후, 적어도 김지킬에 한해서만큼은 깨지게 됨) 처음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던 건 파사드 도입부. 어라, 앙상블들이 저렇게 꼬꼬마였던가? .....그렇습니다. 앙상블들의 키가 하룻밤 새 갑자기 줄어든 게 아니라 지킬역의 배우가 달라졌을 뿐이었던 거죠. 공연을 접하기 전에 김우형씨가 농담조로 자신의 장점은 긴 팔과 다리라 답한 인터뷰 영상을 보긴 했었지만 '쓰릴 미' 때 그의 키나 체격이 크다는 인상을 전혀 받지 못했던 터라 '음? 뭐 그렇게까지 장점이 될만한 기럭지는 아니지 않나? 일반인도 아니고, 배우라면 보통 다 그 정돈 되잖아?' 라는, 참으로 경솔한 생각을 하고 말았었음. 그런데 지킬 무대 위에 서 있는 김지킬은 마치 꼬꼬마 소시 멤버들 옆에 서 있던 이하나 담임 선생님과도 같은, 그야말로 배우된 자의 풍모. 두 번째 쇼크는 바로 전날 공연에서 멍 때리며 졸았던 약혼식 시퀀스. 뭐지... 무대 위에서 '진짜 연애'를 하고 있는 저 배우들은?! 사실 어제 공연 관람으로 인한 피로 누적 때문에 훨씬 쉽게 잠이 들 수 있는 컨디션이었으나, 끊임 없이 엠마의 두 손을 꼭 그러잡고 허리를 굽혀 쪽쪽 입 맞추고 바로 키스로 연결되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만큼 엠마의 뺨을 사랑스럽게 쓰다듬으며 '엠마, 엠마'하고 부르는 김지킬을 보고 있으려니 손발이 오그라들어서 도저히 잠이 올래야 올 수가 없었음. 뭐야... 저렇게 할 수 있으면서 쓰릴 미 땐 퐈이야씬에선 열중쉬엇 자세였던 던가... 싶어 1그램의 배신감도 들었으나(그리고 이 배신감은 2막 댄저러스 게임을 통해 산산조각 납니다) 그보다는 '사랑하고 있어요'라고 온 몸으로 말하는 두 배우의 아우라가 2층에서까지 고스란히 느껴지는 충격이 더 컸음. 얼라이브2에서는 주교역의 배우가 걱정될 정도로 사정없이 퍽, 퍽, 퍽 지팡이를 휘두르며 머리채를 휘어잡고 바닥에 내리치는 김하이드의 박력에 또 한 번 깜짝. (이후 본 모든 공연을 통틀어도 이 날, 이 공연에서만큼 주교님의 비명소리가 공연장을 크게 휘감은 적이 없음;;) 이젠 제법 귀에 익은 천둥소리와 함께 1막 종료를 알리는 조명이 객석에 들어오자마자 친구와 손을 꼭 붙잡고 '뭐야 이 사람?!! 너무 잘해애!!!!!'를 외쳤음.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흥분했던 것 같아 좀 많이 부끄럽다-_-;;) 1막도 그랬지만 특히나 2막은 전날과 비교하면 어찌나 시간이 빨리 흐르던지. 원래 첫관람을 통해 전체적인 극의 흐름을 안 상태에서 보는 두번째 관람의 경우 공연에 몰입할 수 있는 집중력이 가장 높게 발휘되는 측면도 있긴 하지만, 두번째 공연이라는 메리트를 차치하더라도 김지킬이 만들어 가는 지킬 앤 하이드는 보는 내내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긴박감이 흘러넘쳤음. 루시역은 어제와 같은 캐스팅이었기 때문에 '오늘도 변함 없이 잘하네~'이상의 감상은 받지 못했고, 엠마역의 경우 임혜영씨가 김소현씨보다는 좀 더 가늘고 힘이 약한 발성이라서 개인적으로는 김엠마의 성악 창법을 별로 좋아하지 않음에도 노래는 김엠마가 낫다는 생각. 단, 임엠마의 경우 비주얼이 너무 내 취향이고(김지킬과 함께 서 있으니 어찌나 눈이 호사스럽던지) 고 깍쟁이 아가씨 같은 외모에 걸맞는 새침하면서도 도도한 딱 열여덟~스무살 귀족 아가씨 캐릭터에서 정숙한(그러나 절대 곰st.는 아니고 여우st.인) 현모양처의 화신과도 같은 김엠마 캐릭터와 차별성이 느껴져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었음. 패션에디터 식으로 얘기하면 꽤나 '엣지'가 있는 엠마.
실질적인 08-09시즌의 마지막 공연이 될 일산 공연 전까지 긴 호흡으로 정리해보도록 하지요.
(원래 이렇게까지 길게 쓸 생각은 아니었는데 어쩌다보니 이 놈의 버릇이 또 개 못 주고-_-;;;
매 공연 이 정도 분량으로 포스팅하려면 대체 앞으로 얼마나 더 써야 하는 거냐......)
11월 11일 / 류정한 김소현 김선영 / 1층 5열 VIP / ★★★ 
11월 12일 / 김우형 임혜영 김선영 / 2층 4열 S / ★★★★
사실 지킬을 실제로 보기 전에, 인터넷을 통해 접한 조각 영상들과 OST, 2008년도 버전 지금 이 순간 M/V들을 한 번씩 훑어보고 맨 처음 들었던 생각은ㅡ '허허, 김우형씨(이하 김지킬)..... 어쩌냐 이 사람.....' 아니, 이런 우려를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 06년도 이후 두번째로 연기하는 지킬이라고는 하지만 가장 최근의 모습(=연기&노래)이 찍혀져 있는 지금 이 순간 M/V의 경우 노래 굇수 홍광호씨와 너무나 비교가 되는 것이 사실이고;; (물론 M/V를 통해 들어본 김지킬의 지금 이 순간도 못 부른 건 아니었음. 다만 아무런 감흥을 못 느꼈을 뿐) 극의 가장 중요한 넘버라는 컨프론테이션의 경우 류지킬이 워낙 막강한 데다(예습보단 복습파인 내게 첫 공연을 실제로 보기 전에 영상으로 접하고 갔던 지킬의 유일한 넘버) 소문으로 듣자하니 06년 지킬 땐 특유의 손 모션 때문에 '실 감는 하이드'란 얘기까지 들었다고 하니 뮤지컬 천황 류지킬과 지구에서 가장 노래를 잘하는 홍지킬 사이에서 과연 이 사람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가 걱정이 되는 한편, 걱정을 해 봤자 딱히 답도 안 나올..... 것 같은 그런 느낌? -_-;
이어서 세번째 쇼크는 지금 이 순간. M/V로 들었던 것관 전혀 다르다, 전혀! 노래를 아주 잘 부른다고 할 수는 없으나 그 순간의 감정에 충실한, 하나도 귀에 거슬리지 않는, 오히려 오, 이 사람이 이렇게 노래를 잘 했어? 하는 감탄이 들 정도로 상상 그 이상의 지금 이 순간이었음. 그리고나서 첫변신과 얼라이브로 이어지는데ㅡ 여기서부터는 쭉 "기대 이상의 발전". 이 이상 적합한 표현을 찾을 수가 없음. 처음으로 본 김하이드는 정말이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생명체 같지가 않았음. 바로 다음날 본 홍지킬이 조물주에게까지 닿을 듯 그 끝을 모르고 상승하는 목소리라면(흔히들 'LG아트센터 지붕을 들었다 놓는다'고 표현하는) 김하이드는 반대로 저 지옥 밑바닥에서부터 끓어나와 다시 급하강해 대지를 깨부수는 파괴력이 느껴지는 목소리. 게다가 2층에서 양 사이드 벽을 통해 점점 거대해지며 모든 관객들을 압도하는 그의 그림자를 보고 있으려니 이건 뭐 이미 무대 위의 배우가 아니라 초현실적인 악마, 그 자체.
이 날은 많은 사람들이 김지킬의 베스트 넘버로 꼽는 얼라이브1과 얼라이브2의 기억이 내게도 너무나 강렬했기 때문에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2막은 잘 기억나지 않으나, 몇몇 인상깊었던 것들은ㅡ 1) 김하이드는 류하이드에 비해 농담도 없고 살인을 할 때도 살해 대상을 조롱조로 비웃거나 살인 과정 자체를 즐긴다기 보단, 단지 '자기 할 일'을 하는 듯 묵묵히 살인 행위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서 그 점이 더 인간같지 않고 진짜 악마처럼 느껴졌는데 이런 악마가 댄저러스 게임에서만큼은 상대 여배우를 배려하는 매너남(....)으로 돌변해서 놀랍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래서 쓰릴미 때 김동호 리처드와 그렇게 건조한 케미스트리가 나왔던 건가 납득이 가기도 했음. 2) 1막의 트랜스포메이션 때도 느꼈던 거지만 이 사람은 정말 몸을 아끼지 않는 구나. 루시 살해 후 쿵 소리가 날만큼 침대에서 '진짜로' 굴러 떨어지는 걸 보고 깜놀. 그 시원한 몸동작 때문에 어터슨과의 대치씬에선 그만 다리가 쭉 미끄러졌지만 동요하지 않고 잘 수습해서 그다지 크게 뿜기진(;;) 않았음.
이 날의 결론 : 지킬앤하이드가 이렇게 '재미있는' 뮤지컬이었어?!
11월 13일 / 홍광호 김소현 김수정 / 3층 1열 A / ★★★
프리뷰의 마지막날. 이번엔 3층 1열. 맨 꼭대기 층이긴 하지만 1열이라 나름 쾌적한 좌석이 날 반겨줄 거라 기대했으나 좌석간 간격만큼이나 비좁은 3층 난간과 1열 좌석의 거리에 무릎을 고이 접어 나빌레... 라는 못하고 그냥 좌절 ||orz. 시야각은 생각보다 좋아서 배우들의 표정까지 보는 것은 무리여도 조그마한 동작 하나 하나가 눈에 잘 들어왔음. 하지만 음향은 역시 1층 빕스, 2층 중앙 좌석보다는 훨씬 떨어지는 수준이라 발음이 그리 나쁘지 않은 홍지킬임에도 불구, 대사가 웅얼거리는 톤으로 들리고 고음과 저음에서 음이 다소 뭉개지는 현상 발생. 뭐, 그렇다곤 해도 가격 대비(프리뷰 할인 적용가) 생각하면 3층 역시 그럭저럭 괜찮은 자리. (이 배부른 투정은 후에 음향이 캐그지같은 다른 공연장들-유니버설 아트센터, 숙대씨어터S, 성남아트센터 등-을 경험하고 난 뒤 LG아트센터 찬양으로 급선회합니다)
이 날은 브링온더맨에서부터 사고가 났는데, 루시 역을 맡은 김수정씨가 브링 후반부에 킥 동작을 하다가 힐이 스커트 끝자락에 걸렸는지, 상의로 입은 뷔스티에와 스커트의 연결 부분이 반쯤 떨어져 나가버렸음. 수정루시는 너덜너덜해진 스커트 자락을 한 손으로 붙잡고 힘겹게 노래를 부르다가 결국 과감히 스커트 전체를 찢어버리고 노래 마무리. 이게 참;; 올해 이 장면에서의 루시 의상이 스커트가 없으면 굉장히 민망해지는 의상이라(상의는 뷔스티에, 하의는 따로 없이 검정 팬티; 같은 올인원. 대신 뷔스티에 허리 선에 싸구려 한복원단-_;; 같은 스커트를 정면만 제외하고 3면을 둘러싸는 플레어 라인으로 연결했음. 따라서 스커트가 찢어지면 올인원 위에 뷔스티에만 덜렁 입고 있는 상태. 앞태는 그렇다 쳐도 뒷태가 몹시 엄해짐) '아이쿠, 어떡해. 나라도 무대 위로 쫓아올라가서 언니를 좀 가려주고 싶다 ;ㅁ;'란 마음이 절로 들었음; 배우도 많이 당황했는지 브링 끝에서 힘있게 쭉 뽑아주어야 하는 '곤란해-'를 참으로 맥 빠지게 마무리. 그 후에 등장하는 루시의 솔로 넘버인 썸원라이큐에서도 아무런 감동도 몰입도 주지 못한 채 끝. 그치만 첫공에서, 그것도 1막 첫넘버(루시에겐)에서 어이없는 소품 문제가 생긴 배우는 지금 얼마나 스스로에게 하이킥 백만번 날리고 싶은 심정일까 생각해보니 관객으로서 화가 나거나 어처구니가 없다기보단 안타까운 느낌이 앞섰음. 수정루시가 안타까운 만큼 저렇게 패닉 상태에 빠져있는 배우와 계속 호흡 맞춰야 하는 홍지킬도 안쓰럽긴 매한가지고.
물론 중간에 드디어! 직접! 라이브로 들은 홍지킬의 '지금 이 순간'은 순간적으로 모든 사건 사고를 잊게 만들만큼의 파워가 있는 노래였음을 부정할 수 없음. 3층까지 쩌렁쩌렁 울리는, 아니 '울린다'라는 단어가 단순히 음향의 물리적 파동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 듣는 이의 '마음을 울리는' 그 목소리는 설령 천연기념물로 지정하는 안건을 낸다해도 절대, 절대불가 네이를 받지는 않을 터. 동작이나 대사칠 때의 연기도 특별히 인상적인 부분은 없었으나 거슬리는 부분도 없이 무난했음. 단 첫 변신과 얼라이브1, 2에 걸쳐 보여진 홍하이드의 목소리 연기와 특유의 모션(주교 앞에서 지팡이 돌리기 라든지)은 희대의 살인마라기 보다는 뭐랄까, 술 먹고 난동 부리는 진상 손님(...) 삘이 나서 다소 읭? 스러운 면이 있었음. 초기 홍하이드에게선 씨왓의 강도 삘이 난다는 평들도 많았는데 정강도로만 씨왓을 접한 나로선 그 부분에 대해선 코멘트를 할 수가 없고 다만 연쇄살인마, 싸이코라는 수식어보다는 강도, 특수절도, 폭행 처럼 스케일 작은(?) 범죄자가 더 잘 어울리는 느낌은 확실히 받았음. 류하이드를 봤을 땐 어휴, 우연히라도 길에서 마주치면 안 되겠다 싶었고 김하이드를 봤을 땐 저, 저건 대체 어디서 튀어나온 괴물이야?! 싶은 생경한 존재에 대한 두려움이 들었으나 홍하이드는 마주치더라도 어찌어찌 잘 해보면 맞설 수 있을 것 같고, 정 안 되면 도망치기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경찰에 신고만 하면 분명 나중에라도 체포될 것 같고(...). 때문에 하이드란 캐릭터는 절대로 일반인 포스를 내뿜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나로선 성적 호기심이 끓어 넘치는 불량 청소년 같은(이를테면 69나 SEX같은 텍스트가 프린팅된 티셔츠를 즐겨입을 듯한) 홍하이드의 캐릭터보다는 오로지 머리 속에 연구, 연구, 또 연구 밖에 없고 뒷골목의 헐벗은 언니야들은 그저 두려움의 대상이며 루시와의 키스 후 마치 그것이 첫키스인냥 온몸을 부들부들 떠는, 그리고 그런 자기 자신을 사랑해주는 엠마를 케이치가 베르단디 보듯 경외심을 갖고 바라보는 '내추럴 본 Geek' 홍지킬의 캐릭터가 무척 신선하고 재미있었음.
다시 돌아와서, 1막에서의 너무나 인상깊었던 저 의상 사고 때문에 인터미션 내내 '아, 저래서야 어디 2막의 댄저러스 게임과 어뉴라이프를 제 정줄 잡고 할 수 있으려나'하는 걱정이 앞섰는데, 다행히 그 짧은 15분 동안 주위의 토닥임과 자기 자신 스스로 마인드컨트롤을 충분히 받았는지, 댄저러스 게임에선 프리뷰 사흘치의 공연 중 가장 좋은 무대를 보여주었고 루시 솔로 넘버에서도 1막의 썸원라이큐보다는 어뉴라이프를 훨씬 잘 마무리해서 안도의 한숨. 특히나 이 날의 댄저러스 게임은 내가 이후로도 홍광호-김수정 캐스팅이라면 호기심을 갖고 예매하는 중요한 동기로 작용했는데, 3층이라는 좌석의 불리함에도 불구 이 둘이 펼치는 댄저러스 게임은 '아 이 넘버와 이 안무는 하이드와 루시의 성관계를 은유하는 장면이로구나'하는 느낌이 '직관적으로' 관객에게 전달되는 유일한 댄저러스 게임이었음. 역시 이 넘버에선 남녀 배우의 합의된 몸짓과 특히, 허리 바운스가 중요해. 모배우처럼 손만 쉴새없이 왔다갔다 하는 게 아니라(...)
이 날의 결론 : 홍지킬과 수정루시는 올 시즌 가장 독특한 캐릭터 조합이 되겠군.







덧글
유리구슬 2009/03/02 10:58 # 답글
아.. 역시 언어의 마술사 꿀꽈배기님! 회사에서 읽고 있다가 몇번이나 폭소했는지 모르겠어요 ㅋㅋ 저는 프리뷰는 김지킬밖에 안봤지만, 류지킬과 홍지킬에 대한 첫인상은 굉장히 비슷하군요! 호오... 홍하이드는 정말, 잘하면 나도 맞설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달까.. 나름 귀엽지 않았나요, 아기 늑대인간 같이.. (..) 홍지킬 내추럴 본 Geek 완전 캐공감! Take Me As I Am 부르는데도 엠마는 아오안이고 딴 생각하고 있는 지킬 박사님.. ㅋㅋ 나머지 후기도 다 올려주실거죠? 기다릴께요... ㅋㅋㅋㅋ
꿀꽈배기 2009/03/03 23:19 #
어익후, 과찬이십니다. ( __) 뮤지컬 리뷰는 알게 모르게 눈팅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췟 - 3-) 평소 다른 장르의 리뷰를 쓰는 것보다 개그본능을 자제하게 되네요. 홍하이드는 참 귀엽죠. 특히 주교 희롱할 때의 그 못마땅해 죽겠다는 듯 찡그린 얼굴은 꼭 고양이 같기도 하고. 후후, 김지킬이라면(김하이드까지 나올 필요도 없이) 홍하이드를 능히 제압하고도 남을 것 같다는 생각도 종종 했답니다. 아니, 실은 쏘냐루시도 분명 언니만의 힘의 원천으로 단번에 제압... 을....... OTL
소리 2009/03/03 01:44 # 삭제 답글
와, 드디어 지킬 대장정? 냐하하~ 기대 만땅이어요. >_< 즐겁다 즐거워라 즐겁노라~
꿀꽈배기 2009/03/03 23:15 #
'대장정'이라는 단어를 보니 그동안 제가 걷는 길이 틀리지 않다면... 이 아니라!!통제불능상태였다는 사실이 피부로 확 와 닿네요. ㅠㅜ
2009/03/03 22:58 # 삭제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꿀꽈배기 2009/03/03 23:14 #
나, 미스 커루 정도의 하이 소사이어티 재치를 발휘한 거야? 꺄 기쁘다.하지만 눈물... 그건 나도 나는데? ;_;
mayuko 2009/05/17 20:51 # 삭제 답글
홍광호씨 팬입니다만은.............................아우. 리뷰 보고 퐝 터졌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뜨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술 먹고 난동 부리는 진상 손님(...)
스케일 작은(?) 범죄자
경찰에 신고만 하면 분명 나중에라도 체포될 것 같고
ㅋㅋㅋㅋㅋ
즐거운 리뷰 잘 보고 갑니다(언제적 리뷰보고....................;)
꿀꽈배기 2009/06/21 01:40 #
팬분께서 재미있어해 주시니 기쁩니다. 아하하.홍하이드는 그 특유의 말투도 모션도 정말로 귀엽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