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문화소비 패턴 by 꿀꽈배기

1. 삶의 플러스 에너지 = 소녀시대 + 카라

소시야 뭐 원래 전 약도 없는 SM의 종신 노예인고로 9인조 미소녀 변신물을 실사로 옮겨놓은 듯한 다만세 때부터 이미 빠질을 시작 중이었지만요. 요즘 GEE 부르는 소녀들을 보고 있자면 어휴, 어쩌면 이렇게까지 예쁘고 사랑스럽고 상큼하게 훈련되었는지 껄껄껄. GEE를 듣고 있으면 직장 동료들에게 '티벳여우'라 불리우는 저조차도 애교게이지가 단번에 레벨업 하는 듯한 느낌이에요. ....물론 느낌만. 게다가 카라는 또 어쩌자고 이렇게 귀여운가요. 노랫말도 귀여워 죽겠어요. 소녀시대가 세일러문 보는 느낌이라면 카라는 꼬마숙녀 링 보는 느낌이랄까ㅋㅋㅋㅋ 사실 꽤나 성숙한 몸매와 우월한 등신비의 소녀들인데 초등학교 입학식 때나 엄마가 억지로 입힐 듯한 유아용 흰색 타이즈(....)를 신고 손가락엔 보송보송한 파우더 퍼프를 건 채 뺨을 톡톡 두드리며 춤 추는 걸 보고 있자니 나오는 말이라고는 아이구 아이구 내 새끼 잘한다 잘한다 궁디 팡파아파아아아팡팡팡 ㅋㅋㅋㅋㅋ 
 
사실 전 소시는 남성팬들을 겨냥한 요번 지나 키싱유보다는 그 나이 또래~20대 초중반까지의, 이 나이 먹고서도 아직까지 자리를 잡이 못해 우울하면서도 사랑스러웠던 학창시절을 회상만 하는 소녀감성 아가씨들을 노린 다만세같은 곡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지만요. 역시 이런 걸론 큰 돈벌이가 안 되겠죠. 여성팬을 겨냥한 게 문제가 아니라 '울지 않게 나를 도와줘'같은 진짜 소녀감성 넘치는 가사에 울컥할만한 집단 자체가 워낙 소수라.... 비슷한 연령층의 여성팬을 겨냥한 노래라 해도 효리의 유고걸 같은 건 대박쳤잖아요. 유고걸의 작사가와 이 노래의 컨셉을 지배한 효리는 여자들이 왜 신데렐라 이야기에 빠지는지 아주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에요. 신데렐라 스토리에서 여자들의 진짜 니즈는 날 사랑해줄 왕자님이 아니라 날 예쁘게 가꾸어줄 요정님이라니깐. 전세계 수많은 아가씨들이 괜히 ANTM을 목 매달고 시청했나요,  타이라는 현대판 신데렐라의 요정님이었죠. 아, 얘기가 샜는데 암튼- 비슷한 맥락에서 프리티걸도 재미있는 노래예요. 귀여워 죽겠어 정말 ㅋㅋㅋㅋ


2. 삶의 마이너스 에너지 =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좀 더 정확히는, 김우형씨의 지킬 앤 하이드. 마이너스라고 해서 부정적인 에너지를 말하는 건 물론 아니고요. 소시랑 카라 들으면서 발랄해지는 에너지와는 정 반대로, 가슴 깊은 곳이 짠해지는 슬픔의 카타르시스랄까. 지킬은 11월부터 한 달 평균 다섯번쯤 보고 있으니 일주일에 한 번 꼴로는 보는 셈이네요. 김우형씨 캐스팅으로는 한 달에 세 번 정도? 그 비는 일주일이 참으로 길게만 느껴지니 요즘의 제가 얼마나 제정신이 아닌 상태인지 짐작이 가지 않습니까(....) 전 일단 세 명의 지킬, 세 명의 루시, 두 명의 엠마, 두 명의 댄버스 경까지 모든 캐스팅을 다 본 상태고 각각의 캐릭터마다 개성과 매력이 있어서 번갈아보며 비교 분석하기를 즐기고 있는 상태인데요. 그래도 그 중에서 김우형씨의 지킬 앤 하이드가 가장 취향에 잘 맞는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가 없네요. 보다 좁혀서 들어가면 김우형씨의 '지킬' 캐릭터가 말이죠. 김우형씨 하면 많은 사람들이 하이드 캐릭터를 더 극찬하곤 하는데 물론 하이드도 좋지만(일단 김우형씨의 하이드는 성량이 먹어주니깐. 대체 그 호랑이;;처럼 크허어어엉 하는 하울링;;은 어떻게 내는 건지 볼 때마다 궁금합니다. 인체의 신비야...) 사실 캐릭터로만 따지면 제 취향은 류정한씨의 하이드에 더 가까워요. 사적인 복수심에 불타거나 내면적으로 꼬였다기 보단 지능적이면서도 발작적이라 전혀 그 방향을 예측할 수 없는 악당 있잖아요. 아메리칸 코믹스에 나오는 높은 레벨의 악당! 조커라든지, 매그니토라든지 말이죠. 아니, 매그니토보단 피닉스 쪽이 더 잘 어울린다. (...) 컨디션 좋을 때 나오는 8옥타브 돌고래 창법도 익숙해지니깐 꽤 짜릿하고.... 근데 문제는 제가 이 분이 컨디션 게이지가 절반 이상이라도 차오른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말예요. OTL 아니 대체 저한테 왜 그러세요. 나만 가면 삑사리에 가사 틀리고, 소품 떨어트리고... 정말 왜 이러심? ㅠㅜ 류정한씨의 지킬/하이드는 완벽한 귀족인 지킬과 완벽한 악당인 하이드의 반전에서 나오는 묘미가 그 무엇보다도 큰지라 다른 캐릭터에 비해 실수가 쪼금이라도 나오면 극의 균형이 순식간에 흐트러지는 약점이 있어서 완벽한 공연을 보기가 더 어려운 면도 있는 것 같아요. 막 내리기 전까지 한 번이라도 봤으면 좋겠는데.

아, 얘기가 샜다. 암튼 하이드는 그런데 지킬은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진심으로 김우형씨의 지킬이 제 마음을 파고 들었어요. 어떤 느낌이냐면 말이죠, 앞서 말했듯이 류정한씨의 지킬/하이드는 세련되게 잘 빠진 아메리칸 코믹스의 느낌이고, 홍광호씨의 지킬/하이드는 후루야 미노루(물론 이나중 말고-_; 심해어나 시가테라 풍의) 혹은... 홍광호씨는 특히 어떤 루시와 연기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많이 달라지는 편인데 쏘냐루시와는 저런 느낌이 드는 반면 수정루시와 호흡을 맞출 때는 둘 다 가련한 이미지라서인지 다카하시 신 느낌도 살짝 나고 말이죠. 왜 있잖아요, 루저&오타쿠 냄새 풀풀 나면서도 감수성 풍부하고 또 이면엔 딱 고 나이 또래 남자애들 수준의 성적판타지로 가득한 소년 만화. 그럼 김우형씨 지킬/하이드는 어떤 느낌이 나느냐ㅡ 하면 유시진 만홥니다. 네, 폐쇄자예요. 이건 뭐 이 이상 설명할 말도 없어. 이 지킬에겐 엠마고 루시고 그게 문제가 아니라, '자기 구원'이 무엇보다도 큰 화두인 걸요. 그것도 하이드로 변하기 훨씬 이전서부터. 태생적으로 타고난 자기혐오를 이토록 강렬하고 위태로운 자기애로 포장한 캐릭터를 뮤지컬이란 장르에서 만나게 될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다니까요. 유시진, 권교정, 사로니(알만한 사람은 아는) 풍의 캐릭터를 눈 앞에서 실사로 본다고 생각해 보세요. 이건 마약이야. || orz 이 공연이 모두 끝나면 제정신을 찾은 상태로 리뷰를 써보겠지만 정말이지 이 지킬은 죽는 순간까지도 스스로 만들어 세워둔 자기 자신의 동상으로부터 해방되지 못하고, 그 누구에게도 구원받지 못한 채로 죽어가는 캐릭터라서 공연을 보고 난 후에도 하루, 이틀 정도는 그 잔상이 길게 남아요. 이러기야? 이런 식으로 내 월급을 가져가기야?!

근데 앞서 1번에서 얘기했던 것과 비슷한 맥락에서 이런 캐릭터에 공감할 수 있는 관객층이란......... 방긋 방긋 웃으며 '울지 않게 도와달라'고 춤추는 소시를 보면서 울컥하는 아가씨들보다도 결코 많은 수라고 볼 수가 없어서(...) 공연 전날에도 꽤나 많은 좌석이 남아있는 캐스팅이 바로 이 김우형씨입니다. 아니 뭐, 근데 저야 아직도 마리미떼의 백장미 시스터즈를 보며 보며 하악거릴만큼 워낙 대책없는 소녀감성을 지닌 소녀고 소녀고 소녀라서 이런 포인트에 집중해서 본다지만, 일반적인 관객들 보기에도 절대 나쁘지 않은 퀄리티의 공연을 가장 안정적인 확률로 펼치고 있는 배우라고 보는데 말이죠. 흠, 뭐 됐어. 이 지킬을 놓친 관객들은 나중에 후회하겠지. 어차피 영화든 만화든 공연이든 문화생활은 타이밍+팔자일 뿐이고. 그런데 유난히, 이글루스에 김우형 지킬에 대한 리뷰가 많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네이버나 티스토리엔 류정한, 홍광호 지킬에 대한 평이 압도적으로 많은데 말이죠. 아... 이건 정말 집단의 성향을 제대로 보여주는 지표가 아닌가. orz 아, 아뇨... 이글루스라서 행복하다구요. 난 이글루스에 뼈를 묻을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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