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의 W는 정말로 시청이 힘든 상황이 아닌 한, 꼭 시간 맞춰 챙겨보는 프로그램입니다. 국내에 산재해있는 문제를 고발하는 것만로도 버거워하는 시청자들에게 우리가 잘 모르고 있던 세계의 '불편한 진실'까지 끄집어내어 보여주는 정규 방송은 스페셜 다큐멘터리를 제외하면, EBS까지 공중파 4사를 통틀어도 찾아보기 어렵죠.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알 수 있지만 귀찮아서 혹은 생각하기 피곤해서 모른 척 하고 있는 사실을 소리내어 말해주는 W는 무척이나 소중한 목소리입니다.
오늘자 W에서는 버지니아 총기 학살 사건의 현지 레포트 외, 아래의 두 꼭지가 방영되었습니다.
[SPECIAL] 필리핀, 박수받은 인질극 - 어린이 집단 인질극 사건
지난 3월 28일 필리핀 마닐라 시청 앞에서 일어난 어린이 집단 버스 인질극 사건. 어린이 26명을 인질로 잡은 범인은 어린이들이 다니는 어린이집 원장이다. 수류탄과 총기로 무장하고 인질극을 벌였던 어린이집 원장은 10시간 만에 경찰에 자진 투항했 고, 사람들은 투항한 그에게 박수를 보낸 특이한 인질극 사건이었다. 피해자 어린이들의 학부모 전원은 그가 한 행동이 인질극이 아니었으며, 아이들은 버스 안에서 어떠한 위협도 당하지 않았다며 그의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그는 인질극을 통해 원생 145명 전원의 대학까지의 무료 교육, 무상 주거지 제공을 요구하고 나서며 빈민문제를 적극 해결할 것을 주장한 것이다. W는 인질범 두캇을 직접 만나 인질극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와, 인질범 사건으로 드러난 필리핀 빈민촌 문제를 집중 취재했다.
[PEOPLE] 게릴라, 대통령이 되다 - 동티모르 구스마오 대통령
2007년 4월. 동티모르 2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던 날. 그 어떤 사람보다 그 날을 뜻깊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사나나 구스마 오! 1975년부터 1989년까지 외부 세계와 철저히 차단된 채 군정 강압통치를 받는 ‘폐 쇄된 식민지’에 다름없었던 동티모르! 그러나, 끊임없는 독립 투쟁과 저항으로 21세기 초 '독립국가‘라는 해방의 봄을 맞고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초대 대통령으로 선 출된 인물이다. 1991년 11월 ‘딜리 대학살’이라는 참담한 현실을 겪으면서도 독립에 의 의지를 굽히지 않았고, 독립 투쟁의 선두에 서서 게릴라 독립운동을 이끌었던 사나나 구스마오 대통령! 2대 대통령 선거를 치룬 현재, 초대 대통령인 사나나 구스마오 대통령과의 만남을 통해 무장 게릴라에서 대통령의 삶으로 이어진 그의 이야기와 그가 바라보는 동티모르의 현재와 미래를 만나본다.
지난 3월 28일 필리핀 마닐라 시청 앞에서 일어난 어린이 집단 버스 인질극 사건. 어린이 26명을 인질로 잡은 범인은 어린이들이 다니는 어린이집 원장이다. 수류탄과 총기로 무장하고 인질극을 벌였던 어린이집 원장은 10시간 만에 경찰에 자진 투항했 고, 사람들은 투항한 그에게 박수를 보낸 특이한 인질극 사건이었다. 피해자 어린이들의 학부모 전원은 그가 한 행동이 인질극이 아니었으며, 아이들은 버스 안에서 어떠한 위협도 당하지 않았다며 그의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그는 인질극을 통해 원생 145명 전원의 대학까지의 무료 교육, 무상 주거지 제공을 요구하고 나서며 빈민문제를 적극 해결할 것을 주장한 것이다. W는 인질범 두캇을 직접 만나 인질극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와, 인질범 사건으로 드러난 필리핀 빈민촌 문제를 집중 취재했다.
[PEOPLE] 게릴라, 대통령이 되다 - 동티모르 구스마오 대통령
2007년 4월. 동티모르 2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던 날. 그 어떤 사람보다 그 날을 뜻깊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사나나 구스마 오! 1975년부터 1989년까지 외부 세계와 철저히 차단된 채 군정 강압통치를 받는 ‘폐 쇄된 식민지’에 다름없었던 동티모르! 그러나, 끊임없는 독립 투쟁과 저항으로 21세기 초 '독립국가‘라는 해방의 봄을 맞고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초대 대통령으로 선 출된 인물이다. 1991년 11월 ‘딜리 대학살’이라는 참담한 현실을 겪으면서도 독립에 의 의지를 굽히지 않았고, 독립 투쟁의 선두에 서서 게릴라 독립운동을 이끌었던 사나나 구스마오 대통령! 2대 대통령 선거를 치룬 현재, 초대 대통령인 사나나 구스마오 대통령과의 만남을 통해 무장 게릴라에서 대통령의 삶으로 이어진 그의 이야기와 그가 바라보는 동티모르의 현재와 미래를 만나본다.
W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라면, 아시아인의 눈으로 본 아시아의 문제를 심도있게 다루고 있다는 점입니다. W는 우리가 다른 언론들을 통해 익히 잘 알고 있는 영미권의 이슈보다도 필리핀, 동티모르, 인도 같은 동남아시아나 티벳, 키르키스탄 같은 중앙아시아가 겪고 있는 현실을 그 나라의 역사와 함께 차분히 짚어보는 시선에 집중합니다. W를 보면서 종종 부끄러워질 때가 있는데, 바로 오늘 방영분에 등장했던 두캇의 입에서 한국의 민주주의와 노동자들의 인권을 위해 분신한 학생들의 이야기가 나오고, 동티모르의 전 대통령 구스마오처럼 한국에 직접 와서 축구 친선 경기에 참가도 하고 한국인 감독을 영입해 동티모르 유소년 축구단을 이끌도록 하는 등 어찌보면 보편적인 한국인보다도 한국의 역사와 현실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는 다른 아시아인들을 목격할 때죠.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아시아에 속해있음에도 불구 같은 아시아권에 대한 관심이 아주 형편없는 수준이에요. 특히 중국이나 일본, 대만, 싱가폴 등 우리보다 높거나 비슷한 레벨이 아닌 국가의 경우에 더욱 더 그러하죠. 정말로 심각한 것은 이것이 평균적인 대중의 눈높이 만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앞장서서 특정 국가의 시사 편중을 타파해야 할 대다수 메이저 언론의 시선조차 1년에 360일 정도는 태평양 너머 서구권을 향해있습니다. 국가경쟁력이 곧 보도 가치 기준과 동일해져버린 현실에서 W가 들려주는 소외된 나라 속 소외된 계층의 목소리는 그 희소성만큼이나 절박하게 다가옵니다.

제가 W를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는, 차가운 머리로 보도한 내용을 마무리 해주는 것은 언제나 따뜻한 가슴의 음악이라는 점입니다. 영화나 사진이 세상을 바꿀 수는 없어도 세상을 바꿀 만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듯이, 팩트만을 전해야 할 시사 프로그램에서의 감성적인 접근 또한 넘치지만 않는다면 불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영국의 시민동반자법을 방송한 회차의 엔딩곡이었던 엘튼존의 Your Song같은 경우, 단순히 따뜻한 감성을 넘어 제작진이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이 방송을 만들었는지, 그 진정성마저 넌지시 다가오더군요. W 제작진들의 선곡 센스는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를 훑어주며 Knockin' on heaven's door를 배경음악으로 깔아주었던 '신강균의 사실은'만큼이나 톡톡 튑니다. 다행히도 저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보더군요. 시사 교양프로그램으로서는 드물게 W 공식 홈페이지의 메뉴 안에는 '음악' 코너가 마련되어 있으며, 시청자 게시판에는 이번주 방영분의 엔딩곡 정보가 매주 공지로 올라오고 있습니다. (방송이 끝나자마자 엔딩곡에 대한 질문이 쏟아지다보니 어느 때인가부터 제작진들이 알아서 공지를 해주더군요.)
비행기 조종사를 꿈꿨으나 내전 속에서 무장 게릴라로 성장하여 마침내 21세기에 탄생한 첫 독립국가- 동티모르의 대통령이 된 구스마오 대통령이 오늘, W 제작진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다른 그 무엇보다도 사람에게는 꿈꾸고 희망할 '이상'이 중요하다고 말이지요. 체 게바라의 명언,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으로는 불가능한 꿈을 꾸자.' 와도 일맥상통하는 말이었습니다. 국민의 1/4이 희생되어가며 독립을 이룬 동티모르나, 교육만이 희망인 필리핀 빈곤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스스로 인질범이 된 부르주아 어린이집 원장선생님 두캇이나, 지금 바로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이 국민으로서의 주권 : 총기로 살해당하지 않을 권리를 위해 전화기를 들어 정부에 요구하라는 마이클 무어나ㅡ 비록 동티모르 독립 후의 소요 사태로 국정이 혼란스럽고 여전히 빈곤국에 머물러 있을 지라도, 정부에서 두캇에게 유죄 판결을 내리고 빈민을 위한 후속 대책은 여전히 미진하다 할지라도, 콜럼바인 희생자들의 간절한 바람에도 불구 버지니아에서 같은 일이 되풀이 되었다 할지라도ㅡ 결국 세상을 1mm라도 좋은 쪽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터무니없을 만큼 불가능해보이는 꿈을 '또 다시' 꾸는 이상주의자들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W라는 방송 자체의 의의또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 프로로 인해 시청자들이 지금 이 시각에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끔찍한 비극을 목도했다 하더라도 당장 변할 수 있는 것은 없겠죠. 하지만 이제 '알게 되었다'라는 것, 알고 있다는 것, 더 이상 모른 척할 수 없는 사람들이 단 한 명이라도 생겼다면, 그리고 그로 인해 타인의 고통에서 눈 돌리지 않는 시선이 세상에 하나 더 밝혀졌다면, 그것만으로도 W의 여정은 의미있는 기록이 되리라 믿습니다. 꿈 꾸고 싶어요.
이미지 출처 : W 공식 홈페이지







덧글
물방개 2007/04/22 21:55 # 답글
이 글 보고 저 스스로를 돌이켜 보게 되었답니다. 전 요즘 저 스스로에게나 사회에서나 희망을 찾아볼 수 없다고 쉽게 단정지어버리려는 경향이 있는데 희망은 스스로 찾아나가는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교과서적이지만 뭐 , 인생의 진리는 교과서같이 뻔한 것이더라고요. 히히. 엠비씨에서 또 이런 의미있는 시도를 하고 있었군요. 케이블 채널이 아닌 공중파에서 우리가 관심갖지 않는 아시아권의 소식과 쟁점을 꾸준히 다루고 있었다니 왠지 안심이 됩니다. 이런 건 꼭, 필히, 디비디로 나와줘야 되는데 말입니다. 덕분에 좋은 프로 알고 앞으로 챙겨볼꺼리가 하나 더 늘어 즐겁습니다.
꿀꽈배기 2007/04/23 01:13 # 답글
물방개// 누구나 어렸을적 비는 소원은 '세계평화'라고들 하고 또 커서는 그 때의 대답을 떠올리며 냉소하지만 사실 음, 그게 정답이긴 하지요. 세계가 평화로우면 우리나라도 평화로울 것이요, 그럼 우리집, 우리가족, 그리고 이 세상의 모든 '나' 또한 평화를 찾을 수 있을테니까요. 객관적으로 보면 타사만큼이나 말 많고 탈 많은 엠비씨인데, 이런 시도들이 계속해서 나와주니 미움보다 사랑이 커지는 건 어쩔 수가 없어요. ;_; (물방개님께서 W 시청률의 0.01%라도 보태주시길 바라는 이 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