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라기엔 거창하고 by 꿀꽈배기

당분간 개인 사정으로 인해 블로그 관리가 어려울 전망입니다.
뭐, 그리 오래는 아닐 것 같지만....
제 근황이나 기타 소식들이 궁금한 분들께서는

http://springfever.x-y.net

홈페이지로 놀러오세요.
단, 블로그보다 개인적인 공간이기 때문에 간단한 회원가입 절차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뭐 홈피에 대단히 비밀스러운 글이 올라오는 건 아닙니다.
그간 블로그에는 올리지 못했던 이런저런 얘기들을 좀 더 편히 나눌 수 있을 듯.


어떤 꿈 by 꿀꽈배기



언제였던가요. <선덕여왕>에서 미실이 평생을 두고 꾸었던 자신의 '초라한 꿈'에 대하여 말할 때, 브라운 관 속에 보이던 그 얼굴이 완벽하게 미실로 분한 고현정이라기보다 고현정화(化)된 미실에 가깝다고 느꼈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그 때 생각했죠. 설령 고현정보다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가 밤하늘의 별만큼 많다 하더라도, 이 미실 역만큼은 고현정 이외엔 맡을 배우가 없겠구나. 미실이란 캐릭터로 인해 고현정이 새로 태어난 것이 아니라, 먼저 고현정이라는 배우가 있었기에 만들어질 수 있었던 미실이구나, 라고.

<모래시계>로 인해 정상의 위치에 올라섰던 한 여배우가 인기, 연기, 그리고 세상에 아로새긴 자신의 이름 세 글자까지 모두 버린 적이 있었더랬죠. 삼성가의 황후가 되기 위해. 하지만 모든 진골, 육두품, 평민들의 우상이었던 그녀는 타고나기를 성골로 태어나지 못한 까닭에 스스로 모든 것을 희생해 꿈꾸었던 황후의 자리를 끝끝내 지키지는 못했습니다. 그리고 미실의 초연한 미소와 함께 브라운관 앞에 다시 선 그녀가 말했죠. 그동안 자신이 꾼 꿈은 초라한 꿈이었노라. 이제 누구의 황후가 아닌 내 이름, 스스로 세상의 주인이 된 내 이름 석자를 천년 역사 속에 남기겠노라고. 이제부터는 그런 꿈을 꾸고 싶어졌다고 말입니다.

미실의 시대여, 안녕히.
그리고 배우 고현정의 시대여, 영원히.



7. 아무 것도 되지 않은 채로 by 꿀꽈배기


▶ 오늘의 노래


"나는 뭐가 되고 싶은 게 아니라, 그냥 살고 싶은 거야."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에서 비보이도, 사물놀이패도, 씨름 선수도 되고 싶은 친구 종만에게 동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씨름 선수가, 천하장사가, 장만옥이 되고 싶은 게 아니라 그냥 살고 싶은 거라고.

영화의 엔딩, 가수가 된 동구가 하이힐을 신고 무대 위에 섰을 때 비보이가, 사물놀이패가, 씨름 선수가 되고 싶었던 종만이는 결국 무엇이 되어 있었는지 영화만 보고 짐작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후에 이해영/이해준 감독의 인터뷰를 보니 그와 같은 의문을 가졌던 사람이 저뿐만은 아니었더군요. 그래서 결국 종만인 뭐가 된 거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들은 '아무 것도 되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어른들이 혀를 쯧쯧 차며 '쟨 대체 커서 뭐가 되려고 저러나' 싶은 녀석, 그리고 결국 '무엇도 되지 않은' 녀석ㅡ 종만이는 그런 아이라고 말이죠.

자우림이 3집 앨범을 통해 발표한 '오렌지 마말레이드'란 곡을 처음 들었을 때 전 몹시 심한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김윤아쯤 되는 여자가 '하고픈 일도 없고 되고픈 것도 없다'며 투정을 부리다니? 이건 마치 이적이 스스로를 가리켜 '태엽이 풀리면 가라앉는 힘 없는 태엽장치 돌고래'라 자학한 것만큼이나 어이 없는 일이었죠. 하지만 자랑스러운 딸이 되기 위해, 사회 생활 잘 하는 직장인이 되기 위해, 조금 더 나은 글을 쓰는 사람이 되기 위해ㅡ 저 역시 계속해서 무언가가 되기 위한 삶을 살아오다보니 조금은 알 것도 같아요. 되기 위한 삶이 아니라 그저 사는 것 자체를 즐길 수 있는 삶에 대한 갈망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온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아무 것도 되지 않은 채로 살아도 괜찮다고, 이 넓은 세상에 그런 식으로 사는 사람도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누군가가 말해주기를 기다리는 마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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